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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황광지·강동우200여편의 응모작에서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다루어진 작품은 10편이었다. 몇몇 작품들은 오랜 시간과 경험에서 축적된 자기성찰과 반성이 인생의 향기를 더하기도 했고, 개인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꿈과 좌절 그리고 그로 인해 빚어지는 시대적 고뇌 같은 것도 담겨 있기도 했다.
이후 이런저런 전반적 논의를 거쳐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은 ‘몇 초의 포옹’과 ‘사전에서 곶(串) 찾기’였다. 사전에서 곶(串) 찾기는 참신한 발상과 사유가 상당한 호감을 샀다. ‘곶’을 한반도에서 태어난 ‘고향(곳)’으로, 가장 끝인 것으로 가장 처음을 만드는 ‘전화위복의 땅(온새미)’으로, 그리고 모든 따뜻함을 품은 ‘곡선(曲)’으로 전환하는 사유가 참신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곶’에 대한 발상을 ‘간절한 희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까지 천착시키는 데에 다소 급작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점과 ‘곶’에 대한 성찰의 단조로움과 평이한 문장력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그런 면에서 ‘몇 초의 포옹’은 문장과 감성과 사유가 안정돼 있었다. 특히 ‘계단’을 제재로 선택한 점도 눈에 띄었다. 자신의 삶과 사유를 압축할 수 있는 고유한 표상은 누구나 지닐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 고유한 표상은 ‘자연’의 영역일 경우가 많다. 가령, 산이나 물, 바다, 길 등과 같이 원형에 가까운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낡고 진부한 제재라고 해서 그것을 담아내는 생의 굴곡과 시간적 체험이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폐허와 공간에 대한 사유를 ‘계단’으로 대치하는 과정이나 그 ‘계단’을 통해 슬픔과 기쁨, 미움과 사랑, 아픔과 평온, 단순과 복잡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를 발견해 내는 사유는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계단은) 안과 밖을 나누는 문이 없으니 모든 이의 입장이 가능한 곳,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같은 구절은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곱씹을 만하다.
그의 글에는 삶의 넋두리나 섣부른 초월이 아니라 사유의 깊이가 있고 존재의 고뇌가 있다. 열려 있기에 채워지고 비워진다는 사유에서 비롯되는 감각은 ‘잠깐의 포옹’만으로도 모든 불협화음을 평안한 숨결로 바꾸는 힘을 느끼게 한다. 동봉한 다른 작품들도 모두 균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황광지·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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