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위원 배익천·이규희이번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분에 응모한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마주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신춘에 걸맞은 참신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기대하면서. 그중 심사위원들의 눈에 띈 작품은 ‘내 짝꿍, 서빈이’와 ‘학교 가는 날’, 신경재의 ‘가오리연’이었다.
‘내 짝꿍, 서빈이’는 요즘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친구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들을 자연스럽고 재미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구성이 산만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학교 가는 날’은 2100년대를 무대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모두 ‘가정용 인공지능로봇 hey’에게 모든 걸 배우고 의존한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제멋대로 인공로봇의 언어설정과 모드를 바꾸자 화가 난 hey들이 한꺼번에 다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신의 머리에 스마트 칩을 심어 스스로 ‘hey’처럼 똑똑한 로봇이 되기로 한다. 이에 반발을 느낀 사람들은 로봇이 아닌 ‘학교’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학교로 간다는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가오리연’은 배를 타고 나가 가오리를 잡는 아빠와 준수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아빠가 만들어준 가오리연을 들고 나간 진수는 선주의 아들인 준모와 아이들에게 연을 빼앗기고, 연은 다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배를 끌고 나간 아빠가 태풍으로 돌아오지 않자 준수는 부서진 연을 고쳐 들고는 부두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마구 날리기 시작하였다. 부두에서는 무사귀환을 비는 굿판이 벌어지고 결국 모두의 간절한 바람으로 아버지의 배는 무사히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있으나 기성작가들이 이미 많이 다룬 소재라는 점이 아쉬웠다.
심사위원들은 치열한 토론 끝에 참신한 소재로 미래사회의 위기를 그럴 듯하게 보여준 ‘학교 가는 날’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소재와 주제를 부리는 능력이 뛰어나고 긴장감 있는 구성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 반전이 있는 결말 등 동화가 갖추어야할 요소들을 고루고루 갖춘 점이 단연 돋보였기 때문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한 두 분에게도 언젠가 봄날이 오길 빌며 큰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배익천·이규희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 “한국문단의 빛나는 별이 되길”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소감] 이 시작을 씨앗으로 동화다운 동화 쓰겠다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학교 가는 날- 최율하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계단서 발견해 낸 사유 독특하고 개성적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몇 초의 포옹- 조남숙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지역색 살리면서 사회문제 끌어안아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소설은 그냥 나예요”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펭귄 섬- 이상희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소감] 성찰·치유 깃든 작품으로 세상 만나겠다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삶과 존재의 한 현상을 예리하고 참신하게 포착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수도꼭지를 틀다- 이종현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심사평] 참된 삶의 의미 발견해내는 성찰적 인식 돋보여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움튼 문학의 꿈, 더 크게 펼칠 것
-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레드문- 권영유
- [알림] 2023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