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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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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중꺾마-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01-09 19: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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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그의 우승을 점치지 않았다. 그는 늘 ‘언더독(약자)’이었다. 그가 이끄는 팀은 약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패배에 굴하지도 않았다. 마음은 늘 승리를 향해 있었으니까. 그 꺾이지 않는 마음에 결국 강팀들이 하나둘 꺾여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10월 ‘롤드컵’으로 불리는 글로벌 온라인 게임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팀 DRX의 주장 ‘데프트(김혁규)’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른바 ‘중꺾마’는 지난해 최고의 유행어였다. 본선 첫 경기에 패한 후 “오늘 지긴 했지만,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한 데프트의 인터뷰 제목에서 유래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적처럼 16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 문구가 새겨진 태극기를 들며 다시 화제가 됐다. 이후 중꺾마는 각종 광고와 소셜미디어를 휩쓸었고, 지금은 예능이나 정치판에서도 단골로 등장한다.

    ▼‘중꺾마’는 과학이다. 책 ‘기대의 발견’을 쓴 BBC 선임기자 출신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은 “근육 위에 마음이 있다”고 했다. ‘박빙의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마음의 힘’이라는 주장이다. ‘달리는 인간기계’로 불린 핀란드의 육상선수 파보 누르미도, 케냐의 ‘마라톤 전설’ 엘리우드 킵초게도 “마음이 전부”라고 했다. 이들이 더 잘 달릴 수 있었던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때문이었다.

    ▼사실 마음은 쉽게 꺾인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무너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그 마음이 ‘내 것’이라는 점이다. 마음은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 존 밀턴은 실낙원에서 “마음은 제자리에 머무르며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고, 마음먹은 대로 살아진다. 올해는 쉽게 꺾이지 말아야지. 새해 마음을 단단하게 벼려본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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