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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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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수영- 강희정(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23-01-11 19: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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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덩’ 빠지는 순간 차가운 듯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숨을 고른 후 돌핀킥으로 잠영을 하며 물속을 유영한다. 호흡이 가빠질 무렵 고개를 내밀어 숨을 내뱉는다. 몸에 최대한 힘을 빼고 박자에 맞춰 팔을 젓고 발차기를 한다. 턴 지점을 여러 번 터치하며 오늘의 목표치를 향해 나아간다. 물아일체의 느낌이란 이런 걸까. 물과 하나되는 순간 평온한 나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다.

    ▼수영의 절반은 힘 빼기다. 물에 대한 두려움에 지레 겁을 먹고 힘을 주면 그 무게만큼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억지로 저을수록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풀에 지칠 뿐이다. 하지만 물에서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오롯이 물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본 사람만 안다. 그러나 꾸준한 연습을 통해 몸에 익으면 긴장이 풀리고 불필요한 힘이 빠져 더 좋은 기량을 가질 수 있다.

    ▼수영은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자유형을 할 때 어느 몸동작 하나라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몸이 무거워져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양팔은 물을 잡으며 상체를 앞으로 밀어줘야 하고, 머리와 상체는 흔들림 없이 버텨내며 오랜 레이스를 위한 호흡을 책임져야 한다. 또 발차기를 통해 물을 눌러 줘야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얻게 된다.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더하거나 덜하지 않는 균형감이 있어야 잘 나아갈 수 있다.

    ▼힘 빼기와 균형감각이 비단 수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유독 잘하고 싶다는 지나친 마음가짐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균형이 맞지 않으면 허우적대며 삶의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수영은 남들보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페이스를 유지하고 가다 보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인생 역시 다를 바 없음을 배운다. 속도보다 나답게 살아가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수영을 계속하는 이유다.

    강희정(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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