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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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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2)

- 둘레, 들, 뜻, 셈

  • 기사입력 : 2023-01-18 08: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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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50쪽부터 5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0쪽 첫째 줄에 ‘날도’가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날도’가 ‘경도(經度)’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그 아래 셋째 줄에 있는 ‘날금’은 ‘경선’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라는 것도 먼저 알려드렸습니다. 그 아래 ‘서날’은 ‘서경’, 그 아래 ‘동날’은 ‘동경’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바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곱째 줄부터 여덟째 줄에 걸쳐 있는 “지구가 해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는 365일이 조금 더 걸린다는데요.”라는 월(문장)은 ‘지구’와 ‘일’을 빼고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배움책이라면 ‘둘레’가 아니라 ‘주위’라는 말을 썼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참 반갑고 좋았습니다.

    열한째 줄에 있는 ‘제자리에 오는’도 다른 곳에서는 ‘한 번 공전하는데’라고 쓰기도 하는데 ‘제자리에 오는’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알아차리기 더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수철이들’은 요즘 많이 쓰지 않는 말인데 앞서 ‘등(等)’을 옛날 배움책에서는 ‘들’로 썼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쓴 것 같습니다. 그다음 줄에 있는 ‘두는 뜻을 알았다.’도 ‘취지(趣旨)’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쉬운 말로 썼다는 느낌을 받았고 50쪽 마지막 줄에 있는 ‘꼭 제자리에 오나요?’도 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51쪽 셋째 줄에 ‘더 가는 셈이 된다’는 네 해마다 윤년을 두면 일어나는 일을 더욱 쉽게 풀어서 나타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줄부터 여섯째 줄에 걸쳐 있는 ‘나머지 없이 나누어지는’은 ‘나누어떨어지는’을 이렇게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나누어지는’과 ‘나누어지지 않는’은 오늘날까지도 잘 쓰고 있는 말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을 보고 있으면 옛날 배움책을 만드셨던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셨으며 또 이런 말을 쓰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마음에 절로 우러러보게 됩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시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때로는 새로운 말을 만들기도 했을 것이고 또 어떨 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말다툼을 하시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 놓은 좋은 열매를 두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이 남겨 주신 열매들을 모으고 또 더 갈고 닦아 우리 아이들에게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쉬운 말로 된 쉬운 배움책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가자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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