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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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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고인돌 훼손은 부실 행정 탓”

도감사위 ‘지석묘 정비사업’ 감사
“시, 무허가 기간 박석 이동 강행
문화재청 허가없이 묘역 훼손도

  • 기사입력 : 2023-01-24 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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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물의를 일으켰던 세계 최대 규모의 ‘김해 구산동 지석묘 훼손 사건’이 부실 행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김해 구산동 지석묘 훼손사건에 대한 감사결과 김해시와 경남도의 위법·부당사항 2건을 확인하고 관련 공무원 6명에 대해 중·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도감사위가 지난 20일 공개한 ‘김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 조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해시는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고 무허가 기간에 지석묘 정비공사를 강행했으며, 이에 대한 감독 의무가 있는 경남도 역시 실태 점검도 하지 않은 데다 형식적인 현지조사로 당시 현장에서 벌어지던 무허가 행위를 적발하지 못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해시는 무허가 기간에 박석(넓적하고 얇게 떠서 바닥에 깐 돌)의 이동을 강행하고, 문화재청 허가 없이 매장문화재 묘역을 훼손해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했다.

    김해시가 문화재청 허가없이 정비사업을 진행하다 훼손한 김해 구산동 지석묘 현장 모습./경남신문DB/
    김해시가 문화재청 허가없이 정비사업을 진행하다 훼손한 김해 구산동 지석묘 현장 모습./경남신문DB/

    김해시는 2020년 6월 25일 도지사로부터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 현상변경 허가를 받고 1년간 정비사업을 추진하다 허가기간이 만료된 후 재허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2021년 10월 2일부터 15일까지 대부분의 박석을 이동하는 위법행위를 했다. 이후 2021년 11월 17일 뒤늦게 현상변경 재허가를 받았지만 해당 기간에 박석을 세척·재설치하는 등 허가 내용을 위반했다.

    또 김해시는 매장문화재인 구산동 지석묘의 유존지역 전체에 대한 문화재청의 발굴조사 허가와 현상변경 허가도 받지 않고 정비사업을 시행했다. 김해시는 2021년 10월 23일에서 29일까지 유존지역의 묘역 내에서 자연석 석축 등 설치를 위해 흙깎기, 기초터 파기, 석축부 잡석다짐의 작업을 시행하는 등 매장문화재법에 따른 허가 없이 문화재를 훼손했다. 김해시는 그 해 12월 문화재청에 구산동 지석묘를 국가지정문화재인 국가사적으로 지정 신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지석묘 훼손사실을 적발하고 김해시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밖에도 김해시는 정비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작성 및 인가를 받지 않고 위법하게 사업을 시행했으며, 박석 유구 해체 등 문화재 수리 과정에서도 문화재기능자 대신 단순 노무인력만 투입해 문화재수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업무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인·검토 없이 준공조서 등을 적합한 것으로 작성해 준공처리하고 공사비와 감리비를 전액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리원의 업무 부실에도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미 계약이 만료된 감리원으로 하여금 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했다고 감사는 적시했다.

    감사위는 경남도의 현장 점검 소홀 문제도 지적했다. 도는 당초 현상변경 허가기간이 만료된 2021년 10월 28일 김해시의 허가기간 연장 등 현상변경 허가신청에 대한 현지조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지만, 현장 입구에서 김해시 담당자로부터 설명만 듣고 실제 현장을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도 실무담당자의 출장복명서에도 현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시공사 작업일지를 통해 현상변경 허가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지석묘 묘역 내에서 흙깎기, 기초터파기, 석축부 잡석다짐 등 김해시에서 무단으로 현상변경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감사위는 문화재보호법 제35조 등을 위반한 김해시 공무원 2명에 중징계를, 매장문화재법 제11조 등과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절차에 관한 규정 제16조 등을 위반한 김해시 공무원 3명과 경상남도 공무원 1명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했다. 또 관련 공무원 3명에 대해서는 훈계조치, 2명에 대해서는 주의조치를 요구했다. 더불어 문화재수리업 제6조 등을 위반한 문화재수리업자와 감리업자, 문화재수리기술자에 대해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 및 자격취소 등 제재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한편 구산동 지석묘는 지난 2006년 김해시 구산동 택지개발사업 때 발굴된 유적으로, 덮개돌인 상석(上石) 무게가 350t이고, 고인돌 주변 묘역 시설이 1615㎡에 이르러 세계 최대 고인돌로 추정된다. 구산동 지석묘 국가사적 지정을 추진한 김해시는 문화재 전문 보수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해 2020년 12월부터 고인돌 정비사업을 펼쳤지만, 문화재청 긴급 조사 결과 상석 주변부 문화층(특정 시대 문화 양상을 알려 주는 지층) 일부가 유실되고, 정비사업부지 내 저수조·관로시설·경계벽 설치 부지는 굴착으로 문화층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시는 결국 국가 사적 지정 신청을 철회했다.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으로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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