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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경남시대 ④ 청년] 고향 돌아온 청년들, 꿈 일구며 ‘청년시대’ 연다

  • 기사입력 : 2023-01-29 2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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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이 경남을 떠나고 있다. 도내 청년 인구(19~39세)는 매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90만 7850명이었던 청년들이 2021년에는 77만 4479명으로 약 14% 정도 감소했다.

    이런 현실 속 지자체마다 청년 정책들을 만들어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직 눈에 띄게 청년 인구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들을 통해 진학, 취업 등 이유로 경남을 떠난 청년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경남신문은 실제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남해군과 의령군 청년들을 만나 경남으로 돌아온 이유와 앞으로 청년이 사는 경남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를 들었다. 이를 통해 청년정책의 성과를 살펴보고 청년들이 바라는 경남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최성훈(86년생·37세·남해군 삼동면·영상 제작자)

    2016년 고향인 남해군에 정착한 최성훈씨가 지난 20일 본인이 운영했던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청년들이 모이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2016년 고향인 남해군에 정착한 최성훈씨가 지난 20일 본인이 운영했던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청년들이 모이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시골살이, 빈틈 많지만 여긴 블루오션= “지역에 산다는 게 더 이상 촌스러운 게 아닌 시대예요. 이제 지역을 기반으로 있는 게 강점이죠.” 20살에 대학 진학 때문에 고향인 남해를 떠난 최성훈씨는 수도권에 살다 시골에 사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화감독의 꿈을 위해 남해를 떠났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10년 동안 거주하며 영화와 웹드라마를 만들어 상도 받았지만, 치열한 경쟁과 불안정한 소득은 그를 지치게 했다. 결국 그는 영화감독의 꿈을 접었다.

    한동안 패배감과 우울감에 젖어있던 그를 반겨준 건 고향 남해였다. 그는 도시 삶을 정리하고 고향에서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하기 위해 지난 2016년 남해로 돌아왔다.

    문화적 인프라가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지만, 그가 남해에 계속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알아보니 남해군에 청년 정책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청년 네트워크 사업, 한 달 살기, 청년 동아리 지원 등 전부 다 참여했죠. 이런 정책들을 통해 남해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를 느꼈습니다.”

    2016년 떠났던 고향 남해군으로 돌아온 최성훈씨가 지난 20일 본인의 사무실에서 남해군의 청년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2016년 떠났던 고향 남해군으로 돌아온 최성훈씨가 지난 20일 본인의 사무실에서 남해군의 청년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그가 대표로 활동한 청년 네트워크 사업은 청년 간 소통하고 남해군에 관련 정책들을 건의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이 크다. 청년 네트워크는 남해군 청년들이 모여 서로 교류하고 정책들을 발굴해 행정기관에 건의하는 조직이다.

    이런 활동으로 그는 고향에 돌아오면서 가장 부족했던 청년 인적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해줬다고 한다. “서울의 삶이 힘들어 내려왔을 때 네트워크는 남해의 비전을 공유해주는 중간 단계 역할을 해줬어요. 대도시 삶이 힘들어 고향이나 시골로 돌아온 청년들의 고충 중 하나가 또래가 없는 것, 청년 관계가 부족한 것이에요. 네트워크를 통하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원래 남해에 있던 청년들, 새로 남해로 온 청년들이 서로 의지하고 관계를 쌓고 있죠.”

    그는 남해가 취업난, 주거난 등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에는 서울에 비해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이런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아이디어, 사업을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죠. 서울에서는 기회가 많이 없어요. 청년창업 지원만 봐도 서울이나 대도시는 경쟁이 치열해 서류 통과도 힘든데 지역에서는 가능하죠. 이런 남해의 장점, 경남의 장점을 많은 청년이 알았으면 해요.”

    최씨는 청년이 돌아오는 경남시대를 만들려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청년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해군은 지난 2020~2021년 동안 경남도의 청년친화도시 공모사업에 선정돼 도비 13억을 지원받았지만, 사업이 종료되면서 도비 지원이 끊겨 청년 정책들이 축소된 상황이다. 남해군 청년정책 담당자는 “사업 종료 뒤 군 예산으로만 사업을 하다 보니 이전보다 지원이 줄어든 경향이 있다”며 “보통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은 지자체는 재선정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 청년들은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한다. 최씨는 “예산이 줄다 보니 지원이 많이 줄었어요. 청년친화도시 사업 기간이 코로나19가 심했던 때라 대면 행사를 많이 못 해 아쉬움이 크네요. 이제 좀 청년들이 모여 정책 혜택을 받으리라 기대했는데 지원들이 많이 줄어든 거니… 앞으로 청년정책을 마련할 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한아지(89년생·34세·의령군 칠곡면·카페 운영)

    지난해 ‘청년 소상공인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의령군으로 돌아온 한아지씨가 지난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입구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 소상공인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의령군으로 돌아온 한아지씨가 지난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입구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의령군 청년정책 덕분에 창업의 꿈 이뤄= “여기가 죽은 곳인 줄 알았는데 청년들이 살 수 있는 곳이란 것을 알았어요. 살아보고 장사를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20살 이후 고향인 의령군을 떠나 부산에 거주하다 지난해 귀향해 카페를 창업한 한아지씨는 지역에서도 청년들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꿈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었지만, 대도시인 부산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했고, 임대료가 비싸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 속 한씨는 비교적 창업 비용이 저렴한 고향 의령에서 카페를 열기로 하고 지난해 귀향했다. 마침 의령군에서는 ‘청년 소상공인 창업 지원사업’으로 청년 가게 개업을 지원하고 있었고, 한씨는 공모에 도전해 창업 비용 2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의령군에서는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청년 가게 5호점이 문을 열었다. 의령군은 3개소의 청년 가게 개업을 지원할 방침이었으나 반응이 좋고 신청자가 늘면서 지원 가게도 늘리고 지원액도 증액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청년들이 경남을 떠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씨는 오히려 청년 지원사업을 잘 활용하면 지역에서도 괜찮은 일자리,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솔직히 도시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왔을 때 경제적인 문제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게 벌고 있어요 . 창업을 지원해준 의령군에서도 지원금을 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주 공무원분들이 방문해주시고 관심을 많이 보여주세요. 덕분에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 외롭지 않죠.”

    지난해 '청년 소상공인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의령군으로 귀촌한 한아지씨가 지난 26일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청년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 소상공인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의령군으로 귀촌한 한아지씨가 지난 26일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청년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대도시보다 여유로웠던 삶이지만, 아쉬웠던 점도 많다. 특히, 의령군의 열약한 의료 환경은 어린 자녀가 있는 그의 귀촌에 걸림돌이 됐다. “이곳에서 삶이 정말 만족스러운데 제일 아쉬운 점은 아기에게 주사를 놓아줄 소아청소년과 병동이 한 곳도 없다는 거예요. 아이가 많이 아픈데 치료할 병원이 없으니 창원까지 가서 치료받았죠. 그때 만약 아이가 크게 아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면 여기에서 삶을 정리했을 수도 있었을 거 같아요. 보건소에서라도 진료했으면 좋겠는데….”

    한씨는 인터뷰 내내 고향을 떠났던 경남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했다. 그는 이곳도 사람이 살고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아파트, 대도시에 살아야 남들보다 잘 산다는 고정관념이 아직 있죠.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조금만 내려놓고 고향으로 내려오면 여유롭고 새로운 일터들이 무궁무진해요. 의령, 경남이 아니어도 좋으니 꼭 도시에서의 삶을 아등바등하게 붙잡을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글·사진= 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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