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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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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일상 속 예술활동- 이용민(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 기사입력 : 2023-01-30 19: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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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주말 인근 도시에 사는 친구가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자고 연락을 해왔다. 저녁을 먹고 재즈공연도 같이 보자는 부연 설명과 함께.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그 친구를 통해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또 다른 부부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자리를 옮겨 재즈클럽으로 갔다.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한 재즈클럽의 주인은 로컬 윈드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주중에 스튜디오 삼아 연습도 하고 저녁엔 연주와 영업을 함께 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주말엔 특별히 게스트를 초청해 형식을 갖춘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수익성 모델이 되어 보이진 않았다. 친구는 공연이 시작되고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아무래도 내가 공연예술 종사자다 보니 전문가에게 보여줘도 되는 공연인지 반응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는 열심히 박수를 치며 호응했고 그들의 음악을 응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 생각해 보니 초대해 준 친구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그 친구는 평소 음악회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우연히 우리 음악당 연주회를 보고 난 후 틈날 때마다 공연을 보러 다니는 취미를 갖게 되었고 나도 몰래 우리 재단에 후원회원으로 가입도 하고 있었다. 급기야 거꾸로 본인이 점찍은 재즈공연에 초대까지 해주었으니 이 얼마나 보람되고 즐거운 일인가.

    2023통영국제음악제는 3월 31일부터 10일간 25회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경계를 넘어’이다. 작년 연말 오픈한 티켓은 현재 이미 3개 공연 매진에 전체 60%를 상회하는 좌석점유율을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 고민이었던 예산도 향후 3년간 매년 6억씩 국고를 확보하며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음악장르 대표축제로 선정돼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음악축제로 공인받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마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별들의 향연으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경남도민과 애호가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히려 3년 만에 팬데믹을 걷어 내고 다시 시작될 프린지를 어떻게 치를지가 걱정이다.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통영 곳곳에서 신명나게 놀 수 있는 제대로 된 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통영국제음악제가 시작되던 2002년 통영프린지도 같이 출발했다. 소위 성층권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공연과 음악적 열정으로 무장한 다양한 색채의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마치 계란프라이의 노른자와 흰자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통영국제음악제의 성공을 쌍끌이해왔다. 프린지가 절정일 때는 거의 160여개 팀 2000여명의 연주자들이 통영 전역에 소리를 울리고 다녔으며 낮엔 공연하고 저녁엔 공식공연 관객으로 전환하는 1인 2역을 소화해 내기도 했다. 나름 오랜 시간 공연예술 일을 하다 보니 훌륭한 연주자를 만나는 건 기쁨이고, 좋은 관객을 만나는 건 큰 기쁨이며, 기분 좋은 공연을 만나는 건 또 다른 기쁨인 걸 알게 됐다. 여러 가지 긍정적 요인이 투영되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연주자의 기량이나 관객의 이해도, 공연장의 분위기를 모두 뛰어넘는 좋은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난주 초대받은 재즈공연이 바로 그런 공연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작년부터 ‘예술인자격증명’ 심사를 하고 있다. 예술인에게 자격을 부여한다는 게 왠지 거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예술인 복지를 위해 국가가 여러 가지 지원책을 펴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심사과정에서 그들이 낸 서류를 검토하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읽힌다. 재즈클럽에서처럼 예술활동이 많은 사람의 일상이 되고 예술가들이 각자의 생김새처럼 다양하게 빛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용민(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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