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21일 (화)
전체메뉴

[출산율, 경남을 보다] 4. 창원 난임부부 이야기

한 번, 두 번… 실패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
소득·횟수 제한없이 난임 지원되기를

  • 기사입력 : 2023-01-30 21:05:07
  •   
  • “오전에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고 출근한 뒤 오후에 전화로 ‘이번에 잘 안됐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요.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아니고…. 일하느라 속 시원히 울지도 못하고 끝없이 마음이 미어지죠.”

    혼인도, 출산도 기피하는 초저출산 시대.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임신과 출산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간절히 원해도 쉽게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만난 박지영(35·가명)씨는 ‘난임’부부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순간을 묻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부부의 마음과 계획대로 임신은 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곤궁해지고 있지만, 가장 힘든 순간은 여러 시도 끝에 이번에도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듣는 것이라고 한다. 가질 수만 있다면 신체적인 고통이나 경제적 어려움도 아무것도 아닐 일이 될 것만 같게 느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지난 2021년 25만1390명으로, 직전 해인 2020년 22만9774명에서 2만명가량 증가했고,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12.1%가 1년 이상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경남지역의 난임 시술 건수는 5303건으로 나타났다.


    ◇임신하기 위해 휴직= 지영씨는 6년 남짓 연애를 거쳐 김준호(36·가명)씨와 몇 년 전 결혼해 창원에 자리 잡았다. 오랜 연애로 누구보다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을 잘 알고 결혼한 이후로도 둘은 원만히 잘 지내왔다.

    “둘이 행복하게 사는 즐거움을 알아갈 때였는데, ‘아 이러다 나이가 더 들어 아이 없는 걸 후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편도 아이를 많이 원하고 있었고 저도 미루면 나중에 나이 때문에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질까 봐 서로 대화를 통해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박씨 부부는 둘의 사정상 다른 선택지 없이 체외수정 시술을 통해 바로 아이를 가져야 할 상황이었다. 1년 전인 지난 2022년 초부터 시험관 시술에 곧장 들어갔다.

    한 달에 적게는 2~3번, 많게는 10번도 넘게 병원에 가야 했지만, 업무량과 정해져 있는 일수 때문에 박씨는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쓸 수 없어 시간 단위로 쪼갰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병원에 도착해 대기표 1번을 받아 들고 다시 집으로 7시에 돌아와 전쟁 치르듯 출근 준비를 마치고 8시에 다시 병원으로 향해 2~3시간 남짓 진료를 받는다. 그러곤 10~11시에 출근하는 일상을 1년 반복했다. 병원엔 박씨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로 늘 붐빈다.

    지난 1년간 고단하고 힘들게 직장을 다니면서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을 준비해왔다. 각종 주사와 난자 채취 이후의 통증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체적인 고통을 참고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견뎌냈지만, 4차례에 걸친 시술(신선 배아)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25일 박씨는 지난해 말 동결 보관한 난자로 시술(동결 배아 이식)을 신청했다. 4번 실패를 딛고 올해 처음이자 5번째인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의 말을 빌려 ‘장기전’에 들어가기 위해 박씨는 올 1월부터 휴직에도 들어갔다.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버려야 하는 게 슬프고, 맞벌이를 한 지난해에도 빠듯했던 터라 남편인 김씨 혼자 벌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지겠지만, 그런 어려움보다 아이가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 준호씨도 아이 출산 후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기 전 급여를 낮추면서까지 좀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직했다.


    ◇1년만, 1년만 더…= 난임 부부 지원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2023년 기준 622만1079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차상위계층이 지원 대상이고 만 44세 이하 산모에겐 70%, 만 45세 이상은 50%만 지원하고 있다. 경남도를 비롯해 지자체에서 난임 부부 시술비를 추가 지원해 정부 지원을 보조하지만, 여전히 자부담 몫은 적지 않고 횟수, 비용, 나이, 소득 수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영씨에게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없을 리 만무하다. 지영씨는 “난임 부부가 10명이 있다고 하면 10명 모두 케이스가 다 달라 사용하는 약과 영양제, 치료 방법도 다 다르다”며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부의 소득이 높지 않아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에 해당돼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아왔음에도 시술 1회당 100만원 가까이 자부담해야 했다. 휴직할 상황을 미리 준비하고 작년에 생활비를 아껴 1000만원가량을 모아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무급 휴직한 순간 딱 1년만 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고 마음먹었다”며 “시험관 준비에 돈을 다 써야 해서 아이가 생기면 그땐 다시 제로(0)가 되겠지만 그건 그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약제비를 포함해 한 번에 100만원 이상 들어가는 금전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 얼마 남지 않은 지원 횟수도 박씨 등 난임부부를 힘들게 한다. 이번이 5번째 시도인 만큼 실패를 거듭할수록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난 2021년 건강보험 적용 횟수가 늘어나 ‘신선 배아’는 최대 9회, ‘동결 배아’ 7회, ‘인공 수정’ 5회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소진할 경우 난임 부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지영씨는 “우리나라는 임신과 출산에 초점을 맞춰 지원이 집중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주변에 중위소득 180% 이하에 해당하지 않아 시술을 주저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출생아 수 26만500명 가운데 8.1%인 2만1219명은 정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았다. 12명 중 1명꼴이다. 15년 전인 2006년 전체 출생아 가운데 시험관 수정, 인공 수정 등 난임 시술로 태어난 아이가 5453명(1.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약 7배 증가한 셈이다. 난임(難姙)이란 말 그대로 어렵고 힘들지만, 효과는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 새해 4전 5기 도전에 나서는 박지영씨는 어렵고 힘들지만 절실함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때 다시 힘을 낸다고 한다. 난임 부부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도 명확하다. 이들이 힘내도록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것일 터.

    “소득과 횟수 제한 없이 시술을 지원해야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고 휴직도 마음먹고 ‘준비할 결심’이 생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실패했을 때 좌절할 난임 부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심리 상담과 같은 ‘따뜻한 지원’도 있었으면 좋겠고요. 간절히 원하는 만큼 올해에 성공할 수 있겠죠?”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도영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