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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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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입춘대길(立春大吉)-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2-01 19: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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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토(凍土)에 드디어 봄 기별(奇別)이다. 이틀 뒤면 입춘(立春)이다. 24절기 시작이자 봄의 서막이다. 한자로 ‘들 입(入)’ 대신 ‘설 립(立)’을 쓰는 까닭은 ‘봄기운이 막 일어선다’는 뜻을 강조한다. 입(立)에는 ‘곧’이란 뜻도 있어 조만간 봄이 온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春(춘)은 햇빛(日)을 받아 풀(艸)이 돋아날 때를 그렸다. 입춘은 겨우내 움츠림을 털고 일어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새싹의 모습을 감상할 때라는 의미가 스며있다.

    ▼입춘 이후에도 동장군(冬將軍) 위세는 여전하다. 남도에 발을 내디디려는 봄과 나아가고 물러나가기를 거듭한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옛말이 있다. 입춘 지나고 보름쯤 돼야 눈이 녹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다. 입춘 한 달이 지나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이고, 춘분(春分)은 한 달하고 보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입춘 무렵 매서운 추위만 넘기면 따뜻한 봄소식이 줄줄이 이어진다는 시그널인지도 모른다.

    ▼입춘이면 한 해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글귀를 써 대문이나 기둥에 붙인다. 24절기는 중국에서 고안한 역법이지만 입춘방을 붙이는 세시풍속은 한국 고유문화다. 가장 많이 쓰는 입춘첩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볕이 좋으니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나기 바란다’는 덕담으로 풀이한다.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 있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을 당한 이에게 희망을 잃지 말고 고비를 극복하라는 뜻으로 인용한다. 2년여 만에 겨우 결박을 풀었지만 코로나 마스크에 갇힌 시간은 인류를 침체의 늪에 빠트렸다. 빈한(貧寒)한 삶은 더욱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곤궁한 부류에게 밥벌이는 지난(至難)한 여정이다. 남 밑에서 굽신거리며, 몸 누일 땅 한 평 없이 전전하다 마감하는 인생이 부지기수다. 포근한 봄기운에 삶의 구김이 조금이라도 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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