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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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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재촉하는 그림… 노충현 작가 34번째 개인전

17일까지 진해 갤러리 이오서
대표작 외 여행 드로잉도 전시

  • 기사입력 : 2023-02-06 0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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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을 부르는 그림들이 진해의 오래된 가옥을 메웠다.

    지역 중견작가인 노충현(63) 화가의 34번째 개인전이 진해 Gallery E.O(갤러리 이오) 개관전으로 열리고 있다. 갤러리의 중심이 되는 1, 2층 벽면에 집과 꽃, 케이크와 피아노 주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행복을 그려낸 그의 대표작들이 고루 내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안쪽 벽면에 오밀조밀 붙이고, 의자 위에 무심히 둔 여행 드로잉들이 더욱 눈길을 끈다.

    그가 예전 운영하던 카페에 걸어둔 작품을 제외하고는 초대전에서 선보인 적 없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액자도 끼우지 않은 채 핀으로 꽂아놓은 작품들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하우스 갤러리와 같은 특유의 분위기 덕분일까. 100년도 넘은 진해의 적산가옥을 고친 이곳은 원래의 골조를 그대로 남겨 불규칙한 두께의 서까래가 천장을 떠받쳐, 자유롭게 뻗어나간 모양은 여러 가지 가변설치도 넉넉하게 어울리게 만든다.

    Beautiful flying, 91x91, Mixed media on canvas, 2021
    Beautiful flying, 91x91, Mixed media on canvas, 2021
    노충현 작가가 빵봉지·도록 봉투·종이가방 등을 캔버스 삼아 그린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가 빵봉지·도록 봉투·종이가방 등을 캔버스 삼아 그린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여행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바탕이 된 종이는 모두 원 쓰임이 따로 있었던 것들이다. 빵봉지, 커피 원두 봉지, 도록 봉투, 종이가방까지 캔버스가 됐다. 그 덕에 ‘빵보다 여행’이라는 작품 주제를 떠올리기도 하고, 원산지 표시를 한 스티커를 채색의 일부로 쓰기도 한다. 구깃한 부분이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도 만들어낸다.

    “그림을 그릴 때 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종이도 재질마다 물성이 다르거든요. 종이에 따라 유화든 아크릴이든 물감을 빨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 이제 많이 그리다보니 종이를 보면 어떨지가 감이 오지요. 이 그림처럼 크레용과 유화물감을 같이 쓰면 배여들고 뭉개져서 번지는 효과가 재밌어요.” 특히 여행 그림에는 파리도 로마도 등장하지만 유난히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가 자주 등장한다. ‘잠이 멀어지는 깊은 밤이면 꿈을 꾸듯 베네치아를 연습한다’, ‘마음이 울적한 날이면 Venezia를 그린다’ 등에서 볼 수 있듯 그림에 함께 쓴 문장에도 이 도시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여행에서도 베네치아가 좋았고, 조형적으로도 굉장히 완벽한 곳이어서 그림에서 살짝 흉내만 내도 멋있는 곳이죠. 여행자들이 그 특별한 풍경에 향수를 많이 가지는 곳이기도 하고요.”

    Sweet home, 61x61 Mixed media on canvas, 2021
    Sweet home, 61x61 Mixed media on canvas, 2021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노충현 작가 드로잉 작품.

    그는 이 도시가 작가들이 상상력으로 창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곳이라 부연했다. “주로 여행에서 드로잉해온 것이나 사진을 보고 그리지만, 그리다 보면 살을 붙여나가기도 하고, 덜어내기도 하죠. 작가의 관점에서 자기만의 풍경을 만들어나갈 때 붙이기도 빼기도 좋은 도시예요.”

    때로는 그의 일기장에서 가져오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른 문장들이 함께 붙어있다. 삶과, 여행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여행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가벼워야 떠나는 여행’, ‘나의 여행은 길 위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다’ 같은 문장들은 관람객의 여행도 재촉한다.

    그는 “좋은 그림은 빠르게 그려진다”고 했고 이 그림을 즉흥적으로 빠르게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이 그림을 설명하며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첫 단계라고 봤다.

    “내 깊이에 스스로 빠지고 싶어요. 남의 시선에서 생각하지 않는, 내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작품들에 시간을 더 쏟으려 합니다.” 전시는 2월 말일까지. ☏ 546-2511.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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