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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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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올해는 나의 해!] (1) 거제시청 씨름단 이다현

“최강 들배지기 장착… 모래판은 나의 것”
아버지 권유로 샅바 잡아
설날장사 4연패 등 19회 우승

  • 기사입력 : 2023-02-06 21: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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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체육은 지난해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141개의 메달(금메달 53개, 은메달 35개, 동메달 53개)을 획득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전국체육대회에서도 금메달 50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98개 총득점 4만2443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4위에 올랐다.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경남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설날장사 4연패’의 주인공이자 ‘여자 강호동’ 이다현(거제시청)은 2022년 여자씨름을 가장 화려하게 빛낸 선수였다. 그는 전국 대회 무궁화급(80㎏ 이하) 에서 10관왕을 차지했고, 그 결과 대한씨름협회가 선정한 ‘2022 여자부 최우수선수’가 됐다.

    씨름 여제 이다현이 주먹을 불끈 쥐며 올해 전관왕 각오를 다지고 있다.
    씨름 여제 이다현이 주먹을 불끈 쥐며 올해 전관왕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 2일 거제씨름장에서 만난 이다현은 “받고 싶은 상을 받게 돼 뿌듯하다”며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소감을 밝혔다. 이다현은 2020년 천하장사를 비롯해 전관왕이 됐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씨름인의 밤’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2022년을 빛낸 이다현에게 아쉬움이 남는 순간은 ‘우상’ 임수정(영동군청)에 패해 지난해 여자천하장사에 등극하지 못한 것. 여자천하장사는 여자 선수 모두가 참가하며 1년에 한 번 열린다. 그는 여자천하장사 결승전에서 패한 후 “팀 동료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천하장사는 하늘에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되돌아봤다.

    지난 1월 20일 설날장사씨름대회 여자부 무궁화급에서 우승하며 개인 통산 19번째 장사(무궁화 장사 18회, 여자천하장사 1회)가 된 이다현은 “첫 경기를 잘 풀어낸 것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며 “올해도 전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큰 꿈을 꿔야 실패해도 이뤄지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다현은 지난해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전국체육대회 씨름 여자부 무궁화급에서 우승했다. 시범종목이긴 했지만 전국체육대회에 씨름 여자부가 진행된 건 2022년이 처음이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전국체육대회가 고교부만 참가하면서 여자씨름은 개최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여자씨름이 정식종목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준비하겠지만 나 역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다현은 씨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이대우(부산광명고 체육교사)씨의 권유로 씨름에 입문했다. 그는 “아버지가 운동을 할 거면 1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아버지가 직접 담임 선생님을 설득해 고3 시절에는 정규수업만 받고 씨름을 했다”고 설명했다.

    거제시청 씨름단 이다현(오른쪽)이 팀 동료 서민희와 훈련하고 있다./권태영 기자/
    거제시청 씨름단 이다현(오른쪽)이 팀 동료 서민희와 훈련하고 있다./권태영 기자/

    고교 졸업 후 구례군청에 입단한 이다현은 지난 2018년 거제시청으로 팀을 옮긴다. 2018~2019년 동갑내기 ‘라이벌’ 최희화(안산시청)의 벽을 넘지 못하며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긍정의 에너지로 극복했다.

    2020년 거제시청 씨름단에 최석이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다현의 씨름 인생은 더욱 빛난다. 그는 “구례군청 소속일 때는 어렸지만 몇 번 우승했다.지금은 그때보다 경험이 많이 쌓여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이다현이 처음 씨름을 시작할 때 들배지기는 여자선수들이 주로 쓰는 기술이 아니었다. 힘이 약해서 안 될 거라고 했던 지도자들도 많았지만 이다현은 아버지에게서 배운 들배지기를 최 감독의 가르침 아래 완벽히 체득했다. 그는 “예전에는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생각하고 대회에 임했다면 지금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성적도 잘 나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설날장사 4연패 주인공인 이다현(거제시청)이 2일 거제씨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권태영 기자/
    설날장사 4연패 주인공인 이다현(거제시청)이 2일 거제씨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권태영 기자/

    이다현은 케이블방송인 JTBC ‘요즘 애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도 출연했다. 그는 “여자씨름을 홍보하고 저 자신도 알리기 위해 섭외에 응했다. 방송에 나오니 부모님이 뿌듯해 하시고 알아봐주시는 팬들도 늘었다”고 했다.

    이다현은 ‘실력있는 선수, 성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여자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기록을 남기고 은퇴하고 싶다는 꿈도 제시했다. 결국 그 꿈을 이루려면 이다현의 우상이자 ‘여자 이만기’ 임수정(여자천하장사 8회, 각종 장사씨름대회 15회 우승)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난해 제가 여자부 최우수선수가 됐잖아요. 단체전 우승도 많이 해 감독님께 ‘최우수 지도자상’을 안겨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저희 선수들끼리 ‘올해 잘 하자’며 의지를 불태웠답니다.”

    주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글·사진= 권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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