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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3-02-07 19: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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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세 할머니 정윤선씨가 지난해 12월 치러진 토익시험에서 990점 만점을 받았다. 평범한 주부로 두 손녀를 둔 그는 책이 닳도록 공부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령의 한계를 뛰어 넘은 노년의 열정에 박수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삶은 감동을 준다. 70대에 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파워 유튜버인 ‘밀라논나’ 장명숙, 박막례 할머니 등 노인의 그러한 삶은 동경으로 이어져 우리를 더 열광케 한다.

    ▼다산 정약용은 71세에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를 지었다. 늙은 노인이어서 즐거운 6가지를 노래한 시다. 대머리가 됐지만 머리를 감거나 빗질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고, 귀가 먹어 세상의 온갖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글 짓는 격식에 구애받지 않아 마음대로 글을 지을 수 있어 즐겁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신체의 노화가 유쾌하게 보이진 않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그의 유쾌한 태도는 마음을 울린다. 그 연륜이 노인의 즐거움이 아닐까.

    ▼노인 기준 연령이 연일 화두다. 정부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보전 지원 불가 방침에 따라 대구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지하철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5세 이상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높이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무임승차 폐지 찬반 논란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적인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2047년, 경남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된다고 한다.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은 지금과 많이 바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와 논의는 당면한 과제다. 다만 노인의 보편적 복지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지하철 적자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은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노인의 보편적 복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양한 효과를 낸다. 노인은 나의 내일이다. 노인이 유쾌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결국 내 미래를 가늠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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