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생활 속의 풍수지리] 조선의 명당, 정문도 묘와 공원묘원

  • 기사입력 : 2023-02-24 08:07:16
  •   

  • 부산광역시 동래정씨(東萊鄭氏) 문중이 조성한 화지공원에 고려 전기 동래정씨 2대로 호장을 지낸 정문도의 묘가 있다. 호장이란 향촌의 실무를 처리하던 구실아치(각 관아의 벼슬아치 밑에서 일을 보던 사람)의 우두머리로 통일신라 말 고려 초의 지방 세력가였던 호족들이 고려의 중앙집권제도에 편입되어 군사력을 잃고, 행정실무자로 바뀌면서 생긴 직함이다.

    정문도의 묏자리는 뛰어난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동래정씨 문중에서 조선조(1392~1910)에 17명의 상신(上臣·으뜸가는 벼슬아치)과 대제학 2명, 호당(독서당·국가의 중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기관) 6명, 공신 4명, 판서 20여 명이 나왔고, 198명의 문과 급제자를 배출했는데, 이처럼 한 가문이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이 정문도 묘의 음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주산(뒷산)인 화지산에서 좌우요동과 상하기복을 하며 뻗어 내려온 후부(厚富·넓고 두터움)한 용맥 하나가 최종 안착한 곳에 정문도의 묘가 있다. 좌청룡(좌측 산)과 우백호(우측 산)를 갖췄으며 지금은 건물들이 들어선 곳에 있었을 외청룡(좌청룡의 바깥 산)과 외백호(우백호의 바깥 산), 안산(앞산)이 묘를 유정하게 환포(環抱·사방으로 둘러쌈)하고 있어 흉풍(凶風)과 살기(殺氣)를 잘 막고 있다.

    게다가 묘 앞에 동서 양쪽으로 각기 1그루씩 심은 배롱나무(천연기념물 제168호)는 동서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커버하는 비보목(裨補木·나쁜 기운을 막는 나무)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정문도 묘는 혈장(穴場·무덤을 포함한 주변 땅)이 광활하며 대단히 넓은 전순(氈脣·묘 앞의 양기가 남은 터)을 확보하고 있어 후손의 부귀 또한 큼을 짐작할 수 있다.

    전순은 양택(陽宅·산 사람이 거주하는 집)에서는 마당과 논밭을 의미하고, 음택(陰宅·무덤)에서는 상석 아래의 절하는 자리를 포함한 빈터를 뜻한다. 따라서 전순이 후부하면 가세와 후손이 번창한다고 여기는데, 조선시대엔 집 앞의 마당이나 논밭과 묏자리를 포함한 그 주변 터의 넓은 정도가 부(富)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순은 혈(穴·무덤)을 조성한 터의 남은 기운이 뻗은 곳이므로 너무 넓고 휑하면 집과 묘를 향해 때리는 바람을 막을 길이 없다. 따라서 전순이 넓다면 반드시 담장을 설치하거나 나무를 식재해 흉한 바람을 막아야 한다. 정문도 묘의 앞쪽은 나무를 빽빽이 심어 바람을 막도록 했다.

    나무가 안산이 되고, 나무 뒤쪽에 위치한 아파트가 조산(안산 뒤쪽 산)이 된다. 묘 앞은 이중으로 겹을 쌓아 앞쪽에서 부는 흉풍과 살기를 차단하고 있다. 묘를 향해 내려오는 용맥(龍脈·산줄기)은 두터우면서 매끈한 형상이긴 하나 밋밋해 생동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혈장까지 너무 급하게 내려와 정기(精氣)가 온전히 머물지 못하고 주변에 흩어져 있다. 급하게 내려오는 터에 자리를 잡을 요량으로 ‘ㄴ’자로 절개해 묏자리가 움푹 들어가게 했지만 생기가 분산될 수밖에 없으며, 작은 운동장 정도 되는 넓은 혈장의 중심부를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인작(人作·사람이 만듦)을 가했기 때문에 본래 모습과도 많은 차이가 있다.

    정문도 묘는 비록 일부를 사람이 조성했다고는 하나 계곡과의 구분이 뚜렷한 용맥선상에 있고, 땅심이 두터운 생기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인작을 가한 곳 중에는 공원묘원 터가 단연코 으뜸이다. 실내 납골당은 문들이 첩첩이 있고, 온습도가 알맞도록 관리를 하고 있어 뼛가루의 변질과 변색을 막을 수 있지만 매장이나 평장 및 자연장의 경우에는 실외에 안치(安置)를 하므로 주의를 많이 요한다.

    최근에 감정을 위해 다녀온 공원묘원도 일반인이 알기는 어렵지만 계곡이었던 곳에 흙을 메워 안치를 한 곳이 많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공원묘원은 계곡이나 그 연장선상을 활용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의 입장에서는 양지바르고 세찬 바람이 불지 않는 안온한 곳에서 망자(亡者)가 영면하기를 바랄 것이다. 공원묘원도 의외로 좋은 자리가 많이 있으므로 좋은 곳을 잘 골라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