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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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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전북 정읍 쌍화차

한방에 녹여낸 한잔의 차부심
임금님 원기회복 위한 탕약서 유래
각종 한약재 넣고 10시간 이상 달여

  • 기사입력 : 2023-03-03 08: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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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북도 정읍시의 ‘쌍화차’가 사계절 건강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면서 쌍화차 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추위를 이겨내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먹거리로 쌍화차가 최고라며 겨울철에 많았던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읍의 ‘쌍화차 거리’에는 사람의 온기와 쌍화차의 온기가 가득하다. 시간과 정성, 불의 세기 등 세 박자를 기준으로 최고의 쌍화차 맛을 진심으로 달여낸 정읍 쌍화차는 맛과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쌍화차 거리 찻집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는 쌍화차뿐 아니라 가래떡구이와 조청, 고소한 견과류와 누룽지, 과일청 등 업소마다 다양한 주전부리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정읍 쌍화차 거리에서 든든하게 배 채우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보약 같은 차 한잔에 건강까지 챙길수 있다.

    전북 정읍 쌍화차.
    전북 정읍 쌍화차.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보약 같은 차 한잔= 차(茶)는 나라별, 지역별 풍습에 따라 수천, 수만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원재료와 달이는 정성, 시간에 따라 차 한 잔이 누군가에는 건강한 기운을 찾게 해주고,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중 대표적인 차가 바로 쌍화차일 것이다. 쌍화차는 원래 쌍화탕으로 탕약에서 유래됐다.

    옛날 궁중의 임금이 궁녀들과 밤을 지새고 몸이 지쳐 있을 때 어의가 임금의 피로 회복을 위해 만든 탕약이 ‘쌍화탕’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쌍화(雙和)’는 ‘서로 합치다’ 또는 ‘서로 짝이 되다’라는 뜻으로 음과 양의 부족한 기운을 보충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쌍화탕을 대추차나 생강차와 같이 약재를 끓여서 차로 복용하면 차가 되듯이 ‘쌍화탕’이라는 한약을 간단히 끓인 것을 ‘쌍화차’라고 한다.

    정읍세무서 후문 앞에서 이어지는 쌍화차 거리.
    정읍세무서 후문 앞에서 이어지는 쌍화차 거리.
    쌍화차거리 중심에 35년여 전통의 토박이 찻집부터 17개소가 성업 중이다.
    쌍화차거리 중심에 35년여 전통의 토박이 찻집부터 17개소가 성업 중이다.
    정읍 쌍화차 거리 안내판.
    정읍 쌍화차 거리 안내판.

    ◇건강한 향기가 온 가득, 정읍 ‘쌍화차 거리’= 전북 정읍시 장명동에 소재한 ‘정읍 쌍화차 거리’는 정읍세무서 후문∼정읍경찰서∼중화요리전문점 양자강까지 이어지는 약 450m에 이르는 구간으로 17개소의 전통찻집이 마주보며 들어서 있다.

    그 밖에 곳곳에 자리한 27개소를 포함해 정읍시내에는 총 44개소의 전통찻집이 성업 중이다.

    쌍화차는 20가지가 넘는 한약재와 밤, 대추, 은행 등을 넣어 옹기와 가마솥 등에 각자의 방법대로 달여 낸다. 1980년대 개점한 토박이부터 새로운 트렌드로 창업한 가게까지 한잔의 쌍화차를 만들기 위해 들이는 정성만큼은 모든 업소가 최고를 자부하고 있다. ‘정성이 곧 최고의 재료’라는 마음으로 모두가 넉넉한 한약재에 밤과 대추, 은행, 견과류를 넣어 10시간 이상 불 앞을 지켜 서서 푹 고아 만든 쌍화차는 차를 넘어 명품 보약이라 평가받는다.

    정읍 쌍화차를 지역 대표 먹거리로 육성 중인 이학수 정읍시장은 “관광객들의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공영주차장 조성과 거리 환경정비를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면서 “특히 쌍화탕과 경옥고, 십전대보탕 등 다양한 한약 처방에 이용되는 ‘지황’이 정읍지역 특화작목으로 ‘2022년 농촌 융복합산업지구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쌍화탕, 쌍화차의 명품화와 전국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북 정읍 쌍화차.
    전북 정읍 쌍화차.

    ◇맛과 영양 모두 갖춘 건강한 슬로푸드 ‘쌍화차’= ‘정읍 쌍화차 거리’를 ‘건강한 웰빙차 거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한 번도 안 다녀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다녀간 사람은 없다”며 정읍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한 번 들렀다 가는 명소가 됐다.

    쌍화차 거리에서 코로 전해지는 진한 향을 느끼며 찻집에 들어서면 주문한 쌍화차가 묵직한 곱돌로 만든 찻잔에 담겨 나오는데, 마지막 남은 한 수저까지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주인장의 마음이 전해진다.

    쌍화탕과 쌍화차의 차이는 약으로 쓰이는 쌍화탕과 약으로 마실 수 있는 쌍화차의 차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중요한 건 먹는 이의 건강을 기원하며 10시간 이상을 끓이고 달여낸 정성이라 하겠다. 제조시간이 오래 걸려도 재료들이 갖는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어우러져 나오는 쌍화차야말로 대표적인 건강한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쌍화차거리 내 전통찻집 업주들로 발족한 쌍화차거리협의회 정영숙 회장은 “전국 최고 명품 쌍화차라는 자부심을 토대로 명성을 유지하고 손님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회원들이 정직하게 약재를 사용하며 3월부터는 함께 깊이 있는 약재공부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타지역에서 정읍쌍화차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정읍시가 행정적으로 정읍쌍화차 상표등록 방안 추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쌍화차와 가래떡, 조청, 견과류 등
    쌍화차와 가래떡, 조청, 견과류 등

    ◇임금에게 진상한 정읍의 특산물 ‘지황’= 정읍시는 자생 차의 우수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차 문화, 차 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해 생산과 가공, 체험에 이르는 6차 산업화에 힘쓰고 있다.

    정읍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쌍화차 문화가 번성하게 된 이유는 바로 쌍화차의 주재료인 숙지황의 원재료, 지황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숙지황은 지황을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한다는 ‘구증구포’ 제법으로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기록되어 있다.

    신이 복용한 명약이라 일컬을 정도로 높은 효능을 자랑하는 ‘지황’은 불로의 명약 ‘경옥고’의 주원료로 쓰이기도 했다. ‘경옥고’는 조선 정조가 운명하기 전 생명의 불씨를 살리고자 먹었던 약으로 허준이 그의 평생 후원자인 유희춘에게 선물했던 약으로도 유명하다.

    숙지황과 경옥고의 주재료인 ‘지황’은 정읍시 옹동면의 특산물로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될 만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한때 전국 생산량의 70%를(현재는 약 20%) 차지하기도 했다.

    묵직한 곱돌에 담아낸 쌍화차.
    묵직한 곱돌에 담아낸 쌍화차.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춘 차의 본고장 ‘정읍’= 전라북도 동남쪽 노령산맥 줄기의 내장산과 섬진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옥정호와 동진강에 접해 있는 ‘정읍’은 북방한계선 위에 위치해 일찍이 차(茶)와 약재 재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와 신동국여지승람(1530년) 등의 기록에 의하면 정읍현과 고부군 등 정읍의 각 지역은 주요 차 생산지였고,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조선 왕실에 진상되거나 약재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일제강점기에는 ‘오가와’라는 교사가 정읍시 입암면 천원리 일대에서 자생 차(茶)를 발견하고 천원 다원을 조성해 대규모로 차를 재배, 연간 7000여 근의 천원 차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했다는 기록도 있다.

    전북일보= 임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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