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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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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03-07 19: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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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에서 치료받으려 했죠. 근데 인근 병원은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없다고 했어요. 어쩔 수 있나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치료받는 수밖에….” 지난해 11월 식도암 3기 판정을 받은 연극인 천모(61)씨는 지역에 의료진이 없어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루 한 번 방사선 치료와 일주일에 한 번 받는 항암치료를 위해 한 달 120만원에 이르는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하고 병원 인근에 원룸을 구해 한 달여 동안 집중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비수도권 환자들이 지역에서 진료를 받지 않고 체력 저하와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며 서울을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료진과 의료시설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들은 수백㎞에 이르는 병원을 오가거나 아예 병원 옆에 방을 구해 서울살이를 한다.

    한 언론사(한겨레)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도움으로 비수도권 암 환자 2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유효 응답자 188명 중 50%인 94명이 암 관련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부족한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또 13%인 26명은 ‘최신의료 장비를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을 지적했다.

    갈수록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종합병원 이상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암 환자들은 2012년 19만 4563명에서 2021년 29만 1053명으로 50%가량 늘었다.

    ‘큰 병 걸리면 서울로 가라’, 서울과 지방의 의료 수준이 10년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수도권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지역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암 치료뿐만 아니라 모든 중증 질환은 치료 적기라는 것이 있다. 서울과 지역 간 치료 격차가 클 것이라는 인식 탓에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진료와 대기 기간이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 이상 대기하는 환자도 있다.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중증 질환은 치료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은데, 먼 거리를 오가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다. 수술은 고사하고 기다리다 진료도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손도 못 쓸 일(?)이 생길까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통한 지역 필수 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더불어 지역의 병원을 환자들이 신뢰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제대로 알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의 다양한 정보가 담긴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발표한 △공공정책 수가 도입 △지방병원 전공의 증원 등이 담긴 필수 의료 지원 대책이 헛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려되는 의료 인력 충원 방안과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재정 규모,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해 지역 의료 격차 해소 등 막힌 의료계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3억6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하고도 1년가량 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산청군보건의료원 사태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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