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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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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64) 봉암갯벌

오랜 기억도 썰물처럼 언젠가는...

  • 기사입력 : 2023-03-10 08:04:23
  •   

  • 봉암 방게


    아무리 집게를 들어 막으려 해도

    밀물을 막을 순 없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문득 밀려오는 것처럼 말이야.


    고개 쳐든 입이 내뿜는 연기에 몸이 묶이고

    꿀렁이며 뱉어낸 흙이 온몸에 들러 붙을 때에는

    기껏해야 우리는 거품 문 입을 닦거나

    땅으로, 땅으로 기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지.


    그러나 기억은 썰물처럼

    서서히 자리를 비우고…


    꽈리 틀고 있던 오랜 기억도

    언젠가는 빠져나가기 마련이지.

    암만 손을 뻗어 봐도

    밀려갈 바닷물을 붙잡을 수 없는 법이거든.


    저 하얀 벽 위로

    고고한 태양이 게으른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리고 있는

    지금은

    땅 위로 나아갈 시간


    ☞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1960년대 이전까지는 피서지로도 알려졌던 마산만. 1970년대 갯벌을 매립하여 아파트 단지와 공단을 조성하면서 자정 능력을 상실한 봉암 갯벌은 악취와 쓰레기가 넘쳐나는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 1999년 봉암 갯벌을 매립하여 레미콘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마산만의 마지막 갯벌을 살리자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생태 학습장을 조성하여 갯벌 재생에 힘써온 결과 2011년 연안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 되고 있다.

    시·글= 이강휘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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