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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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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텅텅 비어 가는 지방- 양영석(지방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3-03-14 20: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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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을 기피하는 의료계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산청군보건의료원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산청군보건의료원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종합병원급 진료와 입원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증 당뇨 등 내과 전문 진료를 볼 수 없다. 지난해 4월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가 전역한 뒤 열 달 넘게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원을 찾는 하루 평균 환자 150여명 중 절반 이상이 당뇨, 고혈압 등 내과 진료를 보지만 내과 전문의가 없다 보니 중증 환자들은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시 단위 병원으로 가야 한다.

    산청군보건의료원은 전국 보건의료원 15곳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인 3억6000만원을 제시하며 내과 전문의 모집 공고를 여러 차례 냈지만 채용에 실패했다고 한다.

    ‘의료진 모시기’가 힘든 것은 비단 산청군만의 일 아니다. 전국의 지방 소도시 보건의료원마다 의사는 물론이고 공중보건의 수급을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사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지방에서 일하는 것을 꺼린다. 문화·교육 등 생활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데다 아는 사람이 없어 퇴근하면 쓸쓸하고 외롭게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난항을 겪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국책은행 지방 이전 대상인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노사 할 것 없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 은행은 ‘제2의 도시’ 부산으로 가는데도 이전 자체가 불법이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등 난리법석이다.

    수험생들도 지방대에 입학하지 않으려 한다. 2023학년도 대입 수시·정시 모집 전형에서 지역 소재 대학들은 정원 미달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전액 장학금이나 최신 아이패드를 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농촌 지자체들은 파격적인 출산장려금과 이주 지원금을 내걸며 인구 유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지방은 텅텅 비어 간다.

    출생자가 급감하고 고령화로 인한 자연사망이 증가하면서 5만명, 4만명 등 인구 마지노선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040년에 지자체의 30%가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른바 지방소멸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위기의식은 엷다. 공공기관·공기업 몇 개 이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최근 실시된 경남신문 여론조사에서 지방소멸 위기 타개 해법을 묻는 질문에 ‘고용 창출’ 답변이 44.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지방 소멸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최소한 지방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정부의 지방 일자리 확충 대책이 발표돼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지방 공동화를 ‘강 건너 불구경’처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머지않아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지방이 사라지면 수도권도, 서울도 없다.

    양영석(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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