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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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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글쓰기는 내 삶의 버팀목- 이종현(시조시인, 2023년 본지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3-03-16 19: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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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을 쓴다는 것, 문학을 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37년여 전 장애의 몸으로 대학을 고학으로 다니던 삶 속에서 문학을 만났다. 자취방에서 지친 몸을 뒤척이다 일간지에서 마주한 독자 시조. 몇 번의 투고 끝에 활자화되면서 시작했다. 형식도 알지 못한 채 어설픈 형상화로 하루를 옮겨 적으면서 오래도록 이어왔던 시조.

    장르가 고루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었지만 시조는 어쩌면 나의 삶의 피난처였다. 그리고 현실을 위로받으면서 매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삶이 우선이었기에 문학 강좌 같은 수강은 생각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무작정 혼자 쓰면서 익힌 시조 창작. 시작법 등의 기초가 없어서인지 작품성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몇십 년을 끌고 온 시조를 포기할 수 없었다. 힘들었던 젊은 시절과 직장생활은 물론 지금까지 함께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3년여 전부터 등단이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이왕이면 문예지 등단보다 신춘의 관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몇 번의 좌절 끝에 꿈꾸던 신춘의 꽃을 품에 안았다. 아들과 딸은 유치원 때부터 내가 글 쓰는 모습을 보며 성장하면서 어떤 장르인지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아내 역시 인심 쓰듯 읽어주었던 시조였다. 하지만 내가 신춘의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독자가 된 가족들. 더디 걸렸지만 꿈은 꼭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나의 시조 창작은 가족과 함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했던 나의 젊은 시절부터 가장인 지금까지 글쓰기는 동반자이다. 하지만 신춘이라는 꿈을 이룬 지금 현대인에게 위로를 선물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젊은 시절 혼자 만족했던 쓰기에서 우리들의 삶을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기로 했다. 등단으로 작품에 대한 책임성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형의 틀로 접근해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려 한다. 자유시와의 변별성은 물론 한류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현대시조를 세상에 내보내는 일에 우선해야 한다. 내 삶에 있어 고뇌하고 방황할 때 함께 해준 시조가 어쩌면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겨준 것이다. 그것은 절제된 언어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삶의 모순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일이다. 언어의 조탁 능력을 키우기보다 삶의 진정성과 성찰로 이어지는 시조를 빚어내는 작품이다.

    나는 이순을 훨씬 넘어 작가의 길에 들어섰기에 작품세계는 젊어져야 한다. 사람들은 현대적 미학과 참신한 감각으로 율격을 지켜내는 시조를 요구하고 있다. 소재의 다양성과 오늘을 담아내는 시대정신으로 쓰고 싶다. 우리 고유의 정형시를 통해 내재적 의미를 농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조 작가의 연령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시대의 서정성과 문학성이 깃든 작품을 세상에 문화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이종현(시조시인, 2023년 본지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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