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줄다리기 전통 계승 쉽지 않다- 김명현(함안의령합천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4-04 19:53:49
  •   

  • 줄다리기는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속놀이 중 하나다. 우리나라 줄다리기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고대부터 벼농사를 짓는 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벼농사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한강 이남 지역에서는 줄다리기 행사가 현재까지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줄다리기는 오락적 기능보다는 행사를 통해 마을의 단합을 강조하는 의례적 측면이 더 강한 민속놀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끼리 집단을 이루어 한 해 농사의 풍년과 복, 액막이를 기원하며 줄다리기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역에서도 의령과 함안, 창녕, 창원 등지에서 줄다리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함안 칠원읍사무소 앞 도로 일원에서 칠원고을줄다리기 행사가 4년 만에 열렸다. 삼칠지역 주민 3000여명이 총대장과 부대장의 ‘영차’ 구령과 흥겨운 풍악 소리에 맞춰 지름 1m 이상, 길이 130m, 무게 40t에 달하는 거대한 줄을 청룡줄과 백호줄로 나눠 당기는 줄다리기 행사를 재연했다. 3판 2선승제인 이번 줄다리기는 백호의 승리로 끝이 났으며, 주민들은 이긴 팀의 줄을 끊어 나눠 가지며 한해의 건강과 복을 기원했다.

    칠원고을줄다리기는 삼칠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문화행사다. 1960년대까지 주민 화합을 도모하고 한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고자 매해 음력 이월 초하루에 칠원읍 용산천에서 개최됐다. 그러나 근대화와 도시화 바람으로 중단됐다가 40여 년만인 지난 2005년 부활돼 올해 13회째에 이른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줄을 제작하는 인력 확보가 어려운 데다 짚 구입비 등 비용 증가와 원줄 보관이 쉽지 않아 행사 때마다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의령군도 오는 21일 홍의장군 축제의 부대행사로 의령읍 서동생활공원 인근에서 세계 기네스북에 오른 ‘의령큰줄땡기기’ 행사를 6년 만에 진행한다. 의령군은 행사를 위해 지난 2월 하순부터 행사에 쓰일 큰 줄 제작에 들어갔다. 올해 큰줄땡기기 행사에 소요되는 볏짚은 600여 동으로 작은 줄(3가 배)은 길이 100m(지름 10㎝)짜리 154개, 벗 줄(9가 배)은 길이 80m(지름 15㎝)짜리 56개 규모로 제작된다. 의령군은 13개 읍면에 줄 제작을 분담시켰다. 13개 읍면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합심해 볏짚을 나르고, 줄을 만드느라 3월 말까지 분주한 날들을 보냈다.

    의령군은 4월 초순 각 마을에서 만든 줄을 한 곳으로 모아 약 2주간 의령 큰 줄을 만들게 된다. 한곳에 모인 줄로 암수 줄을 엮고, 큰 고 만들기, 겻줄 달기, 꼬리줄 만들기 순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의령 큰 줄은 지난 2005년 4월 길이 251m, 둘레 5~6m, 무게 54.5t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줄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또 2015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하지만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제작 인력이 부족해 큰 줄 제작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의령 큰 줄은 크기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의령군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의령군은 앞으로 마을별로 줄 제작을 분담시키지 않고 ‘의령큰줄땡기기보존회’에 줄 제작을 전담시키거나 줄을 꼬는 기계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령이나 함안처럼 큰 줄을 제작해 줄다리기 행사를 해야 하는 지자체는 인구 감소에다 줄 제작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

    김명현(함안의령합천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명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