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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두 명의 자이언트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3-04-11 19: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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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특정 분야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전혀 비교가 불가능한 사람 또는 기술을 시쳇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란 말로 표현한다. 가령 ‘축구황제’로 칭송받는 펠레나 최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안겨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정도는 되어야 축구 분야에서 ‘넘사벽’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금에 우리나라 경제가 사면초가의 어려운 형국에 놓여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앞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넘사벽 같은 거대한 골리앗이 버티고 있다. 골리앗은 다윗의 비밀병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전투에 임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두 명의 골리앗은 우리의 비밀병기가 ‘반도체’임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그들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덩치(G2경제력)와 강력한 힘(G2군사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지피지기 백전불태’란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란 뜻이다. 안타깝게도 이 말은 우리가 아닌 미국과 중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의 비밀병기를 잘 알고 있어서 만반의 태세로 싸움에 임할 것이고,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 또한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서 우리로서는 절대적으로 어려운 싸움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명의 자이언트 골리앗과의 싸움이다.

    중국은 자국의 정치적 유불리 상황에 따라 경제가 정치에 연동되는 국가로 상호호혜의 경제원칙이 불확실한 나라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논란으로 우리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친 한한령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또한 우방과 동맹을 넘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나라다.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굴기에 밀리던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반덤핑 제소 및 엔화가치 절상으로 당시에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일거에 몰락한 사례는 유명하다. 최근에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 및 과학법’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고 미국 내에서 완전한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동맹과 우방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나 처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로, 한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와 압박도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년(3만5373달러) 대비 7.7% 줄어든 3만2661달러로, 3만3565달러를 기록한 대만에 20년 만에 추월당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값 하락,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 특단의 조치 없이 현 상태가 지속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작금의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필자는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량대첩은 1597년 9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명량(울돌목)에서 불과 13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격퇴했던, 마치 넘사벽 같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전한 기념비적 해전이다. 승전에 대한 다양한 원인과 해석이 있겠지만 해협이 좁아 조류가 빠른 울돌목을 격전지로 선택함으로써 왜선 숫자의 우위를 퇴색시킨 치밀한 전략과 판옥선의 우수성, 그리고 사즉생의 결전 의지가 승전의 주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금의 난국도 426년 전 명량해전 때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류문화에 기반한 ‘코리아팬덤’을 창출하여 우리가 새로운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넘사벽 같은 ‘초격차 기술’ 확보, 그리고 난국 극복을 위한 혼연일치된 ‘하나 된 마음’이야말로 미·중이라는 거대 골리앗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우리의 최종 비밀병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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