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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해시 올해의 책’과 ‘지재당고’- 이종구(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4-18 1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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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시는 지난달 30일 김해기적의도서관에서 ‘2023 김해시 올해의 책’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대표 도서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작가 최성용)’와 어린이 도서 ‘다짜고짜 할머니(정은정)’, 시민작가 도서 ‘고래와 나(이재민)’를 소개하고 각 도서 부문별 독서릴레이 주자들에게 책을 전달하며 한 해 독서릴레이를 시작했다.

    ‘김해시 올해의 책’ 선정은 지난 2007년 최인호의 ‘제4의 제국’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7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 해 김해시는 올해의 책을 선정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책 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해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김해시가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한 것은 급속한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파편화·물질화해 가는 시민들의 정서 함양과 공동체 의식 회복을 위한 차원이었다.

    김해시는 초기에는 유명 작가의 소설 위주로 올해의 책을 선정했다. 첫해, 가야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최인호의 ‘제4의 제국’을 선정한 데 이어 이듬해는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열일곱 살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김려령의 ‘완득이’, 그리고 2009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이후부터는 방향을 바꿔 사람이나 환경, 도시 등 특정 주제로 교양서적을 선정해 왔다. 또한 첫해는 대표 도서만 선정했다가 이듬해부터 어린이도서를 추가했고 지난 2020년부터는 시민작가 도서 부문까지 확대했다.

    올해의 책 선정으로 책 읽는 도시 김해에 대한 자신감이 붙자 김해시는 지난 2018년에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한 데 이어 같은 해 ‘책의 도시 김해’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해시의 올해의 책 선포 사업이 십수년간 꾸준히 지속되고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시가 일방적으로 책을 지정하는 게 아니라 100%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올해의 책 추진협의체의 사전 검토는 물론 온·오프라인 시민 투표 등의 과정을 거쳐 선정되는데, 올해는 시민투표에 6600여명이 참여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시는 올해의 책 선포식을 시작으로 앞으로 독서릴레이, 가족극 공연, 전국 독후감 공모전 등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으로 1년간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17년간 진행된 김해시 올해의 책 선정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김해시는 조선 후기 김해지역 기녀이자 시인이었던 ‘지재당 강담운(只在堂 姜澹雲)’의 삶과 예술을 관광콘텐츠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담운은 이별한 정인에 대한 그리움과 김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한 한시집 ‘지재당고’를 남겼다. 그중 ‘금릉잡시(金陵雜詩)’ 34수는 구지봉, 수로왕릉, 후릉(수로왕비릉), 파사석, 사충단, 연자루 등 김해의 문화유적지와 풍경을 정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금릉은 김해를 아름답게 일컫는 말이다.

    김해지역 기녀이자 시인이었던 지재당 강담운이 남긴 한시집 ‘지재당고’는 지난 2002년 부산대 이성혜 교수가 ‘그대, 그리움을 아는가’라는 제목으로 우리말로 번역해 시중에 나와 있다. 늦었지만 내년이라도 ‘김해시 올해의 책’ 선정 시 이 책을 대표 도서로 추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종구(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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