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얼마나 더 유권자를 우롱할텐가-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4-25 19:26:42
  •   

  • 법무부 장관 한동훈 특유의 스타카토식 화법은 단호하고 쉼 없이 몰아세우며 비수를 꽂았다. “2022년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후보자 누나로부터 브로커를 통해 7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고, 2020년부터 2022년 6월 23차례에 걸쳐 사천시장 및 남해사무소 사무국장으로부터 사무실 운영비 등 명목으로 총 575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등 합계 1억275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입지자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등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혐의를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도 구체적으로 나열한 증거는 귀를 의심케 하는 수준이다. 한동훈의 일격은 단말마의 숨통을 죄었다. “증거가 확실하고 혐의가 무거우며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 법과 국민의 상식이 이런 매관매직 행위를 무거운 범죄로 보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민의힘 하영제(사천·남해·하동)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존경하는 의원님’ 호칭을 주고받던 동료의원조차 구속감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하영제 체포동의안은 재석의원 281명 중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선량(選良)으로 불린 이는 지역 유권자가 앉혀준 지위를 악용해 돈을 받고 벼슬을 파는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혔다. 지지했던 주민의 허탈감은 형언하기 어렵다. 만약 검찰이 공개한 혐의가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내놓고 석고대죄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정치는 바름이다(政者正也). 정치인의 행동과 신념은 올바름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나라를 바르게 한다는 게 동서고금, 만고불변의 정도(正道)다. 위정자 모두 한결같이 유권자의 명을 받들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권력에 취하면 한때 개혁세력으로 불린 이들조차 정치적 이익과 사욕에 집착하는 부패 세력으로 변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번 맛본 권력의 연명을 향한 집착은 집요하고도 강렬하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국회의원인지 지방의원인지 구분이 안 되는 볼썽사나운 구태는 도를 더한다. 자치단체장과 공 다툼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비 예산 몇 푼이라도 확보하면 엄청난 치적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대형사업 유치 땐 지역구 곳곳에 독자적 성과인 양 플래카드를 덕지덕지 도배한다.

    여기에 더해 경남처럼 보수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에선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문제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통령 측근이다. 당 대표와 가깝다”는 떠벌림은 공천을 담보하는 ‘신표(信標)’로 자부한다. 유권자는 안중에 없고 무지렁이로 폄하한 작태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겠다는 방안까지 들고나와 대중의 분노 게이지를 끌어 올린다. 대다수 국민은 정치 현실에 실망하고, 정치권의 대대적인 수술을 바란다. 불체포 등 특권을 내려놓고 세비도 절반 수준으로 깎는 등 획기적인 자구노력을 선행하고서 증원을 얘기해야 순리일 테다. 무지몽매한 국민은 후보만 내면 최악(最惡)이라도 어차피 찍을 것이라는 오만방자한 인식이 깔렸다. 얼마나 더 유권자를 모독하고 우롱할 셈인가. 내년 총선, ‘쓰나미’ 수준의 정치권 ‘물갈이’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상권(서울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권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