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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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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 하경준(경남연구원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3-04-30 19: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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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Join, or Die)”,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100달러 지폐 초상화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1754년 5월 9일 만든 유명한 만평에 나온 문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언급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로 더 유명하다. 전쟁이나 식민사회 등 어려운 시국에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함이다.

    한국은 불균형과의 전쟁 중이다. 수도권은 과밀로 내 집 마련 전쟁이며 비수도권은 늘어나는 빈집으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전쟁 중이다. 같은 나라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정반대의 양상인데 그 원인이 비슷한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2019년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의 인구를 처음 앞질렀다. 전 국민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91%가 수도권에 위치하며, 상위권 대학 8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도가 50%라는 것이 무슨 큰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과반이 가지는 상징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의사결정 방법이 다수결 아니겠는가. 나라 살림의 의결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주민 할당제로 배분되니 앞으로 비수도권은 다수결로도 수도권을 이길 재간이 없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주민은 ‘1등 국민’, 비수도권 주민은 ‘2등 국민’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기회를 찾아 몰려드는 청년의 수도권 선호는 어쩌면 당연하면서 자연스러운 결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수도권 청년의 수도권 사랑은 더 빨라지고 커질 것이다. 청년의 수도권 선호를 막을 방법은 있는 것인가. 몇 년 전에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의 채용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였는데, 경남의 장점과 단점을 한 가지씩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면접을 봤던 20대 청년 지원자 중 한 명이 답하길, ‘경남의 단점은 서울과 멀다는 것이고, 경남의 장점은 그나마 부산과 가깝다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적잖이 당황했으나 이것이 청년이 느끼는 경남의 현실이었다. 지나고 보니 더더욱 틀린 말이 없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를 누리지 못하는 경남의 전략 중 하나로 인근 대도시권과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안은 경남을 서울과 같이 만드는 것이다. 경남에도 100대 기업의 91%가 위치하고 교육, 문화, 여가, 의료를 서울과 동일한 서비스로 누릴 수 있다면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아니 떠나간 청년도 돌아올 수가 있다. 이는 경남만 꿈꾸는 것이 아닐 것이다. 부산도 울산도, 경북도, 강원도 모두가 미래를 꿈꾼다. 꿈꾸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방정부마다 제각기 국비 확보 전쟁을 치른다.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국비 확보가 예전처럼 쉽지 않다. 지역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인재가 빠져나가며 총인구도 감소하니 당연히 사업타당성이 떨어지고 중앙정부는 이를 근거로 지방 투자에 점점 더 인색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정부의 권한이 강한 단방제 국가의 균형발전 정책은 중앙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국가균형발전정책과 지방분권의 비전은 화려했다. 하지만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제까지의 숱한 정부들은 제각기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방법론으로 초광역권 육성 전략을 제시했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보여줘야 할 차례이다. 행정통합이든 분권형 초광역 지방정부든 지방정부 간 힘을 합쳐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국회는 특별법을 만들고 중앙정부는 신속하게 지원 정책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지역 이기주의를 경계하였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말뿐인 약속을 신뢰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럴 여유가 없다. 튼실한 지방정부의 합이 곧 대한민국의 힘이 된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지방시대 성공의 단초가 될 것이다.

    하경준(경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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