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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어린이는 희망이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05-02 19: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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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질문도 귀를 활짝 열고 잘 들어 주세요’, ‘강요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어린이들을 무시하지 말고 존중해 주세요’, ‘자신의 의견만 생각하지 마세요’, ‘어린이는 미래다. 지금 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글귀를 볼 때면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평소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최근 이원수문학관과 고향의봄사업회가 어린이 해방선언 100년을 맞아 ‘내가 쓰는 어린이 선언문’을 주제로 한 달 동안(3월1일~4월2일) 진행한 공모전 수상작이 작은 울림을 주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방정환 선생은 천도교 소년회 1주년이 되던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그리고 1년 뒤인 1923년 5월 1일 ‘어린이 해방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의 그들에게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하게 하라’,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절을 행하게 하라’ 등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대,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기에 어린이의 권리를 찾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어 놀라웠다.

    더욱이 이 선언문이 1924년 국제연맹에 의해 채택된 ‘어린이 권리 선언’(일명 제네바 선언)보다 1년 앞선 것이라고 하니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다.

    일제의 탄압으로 1939년 중단된 어린이날 행사는 1946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인 5일 부활했고, 이후 요일에 상관없이 5월 5일이 어린이날로 정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1973년 3월 법정 기념일로 1975년 1월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아이도 어른처럼 사회구성원이자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의미에서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받쳐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 행복지수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아동학대는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 900여 건에 이른다.

    놀라운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이 부모라는 사실이다. ‘내 자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이런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보물이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은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하는 아침 햇살과 같은 존재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여기에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채 1명도 되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무시하고 구박한다. 어린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 방정환 선생처럼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어야 한다. 어린이를 환대하고 존중하는 사회만이 미래의 포용과 통합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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