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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아침에 만나는 천원의 행복- 배현주(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5-02 19: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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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대학가에 ‘천원의 아침밥’이 화제다. 거리 곳곳에 관련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고 유명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현장을 찾거나 언급하다 보니 간혹 새로 시작된 청년지원사업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2012년 순천향대에서 아침 끼니를 거르는 학생을 위해 시작한 후 일부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되던 사업을 2017년 정부가 정식으로 정책화하였다. 천원의 아침밥은 대학생들이 1000원만 내면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대학에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으로 아침 식사의 습관화와 쌀 소비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시작하였으나 최근 고물가가 겹치면서 청년을 위한 복지 정책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식비 또한 급등한 까닭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청년층의 표를 잡기 위한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1000원이 주는 따뜻한 한 끼를 통해 고물가 속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식비 부담을 줄이는 계기가 되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41개 대학, 68만 5000명을 대상으로 예산 7억 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청년층의 긍정적 호응에 따라 15억 8000만원으로 2배 확대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천원의 아침밥 정책에서 중요한 한 가지 사항은 대학의 재정 여력이다. 이 사업은 학생이 1000원을 내고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면 나머지를 대학 측이 채우는 구조로, 재정 여력이 있거나 기부금이 많은 서울, 수도권 대학은 큰 걱정이 없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미달과 등록금 동결로 인해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지방대학으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재정이 어려운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아침밥을 1000원에 먹지 못하는 대학생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는 지역 청년 인구의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대학들의 경우 정부 지원 외 한 끼당 서울시에서 1000원, 대학이 많은 자치구에서 1000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별 부담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지방대학들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사업의 수행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이는 지방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길 수 있는 사안이다.

    경남도는 2022년 12월 ‘경남형 청년정책’ 브리핑을 통해 지역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수도권대·지방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도내 대학생 1인당 정액의 바우처를 지급하여 교내 급식시설과 일반 음식점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내 대학생 학식 지원 계획을 제시하였다. 대학생 1인당 하루 1식(4000원 규모)의 학식 바우처를 제공할 경우 연간(학사일수 150일가량) 1인당 최대 60만원 수준의 지원으로 도내 23개 대학 재학생 6만명을 기준으로 연간 총 36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시대에 돈이 없어 밥 굶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지만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47%가 입학 후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으로 식비를,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생활비 부족으로 식사를 못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고 있어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속에 한 끼라도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사를 가능하게 하는 선한 정책이 확산된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부모님의 염려와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와 같은 일상적 인사말에도 나타나듯 밥은 여전한 우리의 식문화이다.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힘든 하루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미래 사회를 풍요롭게 할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든든하게 밥을 먹여야 한다.

    주거, 교육 등 산적해 있는 청년 문제 해결에 있어 천원의 아침밥이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지자체의 역할이자 의무일지도 모른다.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마중물 예산을 토대로 제반 요건 조성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배현주(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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