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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진해군항제 풍물시장 달라져야 한다- 양영석(지방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3-05-09 19: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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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군항제 개최 즈음해 벚꽃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 진해 사람들의 설렘과 근심이 함께 커진다.

    집 밖만 나와도 흐트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지만, 교통체증 등 생활 불편은 연례행사처럼 겪는 고역이기 때문이다.

    창원에 직장이 있는 경우 출근길은 그나마 괜찮지만 퇴근길 진해로 진입하려면 적잖은 곤욕을 치러야 한다. 일부러 퇴근시간을 늦추기도 하지만 별 소용이 없어 아예 연차·휴가를 내고 집에서 꼼짝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군항제 구경을 건너뛸 수는 없으니 관광객이 적은 평일 밤 여좌천·경화역 등 벚꽃 명소, 풍물시장으로 밀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평일 밤 8시께 진해루 인근 풍물시장에 갔다. 줄지어 늘어선 부스를 둘러보거나 먹거리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요란한 음악과 함께 각설이 품바공연이 펼쳐지고 디스코팡팡·바이킹 등도 성업 중이었다. 풍물시장 입구부터 몇 군데 부스를 둘러보다가 멈췄다. 음식메뉴, 판매물품이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더 이상 둘러볼 흥미를 잃었다. 30~40분쯤 풍물시장에 머물다 귀가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장소는 중원로터리 오거리에서 속천해안도로 진해루 근처로 바뀌었지만 그 모습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비슷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각설이 춤을 추며 물건을 파는 것도 식상하고 격이 낮아 보였다. 야구공·농구공·다트 던지기, 사격은 그렇다 쳐도 ‘물방개·미꾸라지 경품 뽑기’ 야바위꾼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음식판매부스에 앉았는데 테이블을 제대로 닦지 않아 불결했다. 4만원짜리 돼지바비큐는 비계투성이었고 양이 적었다. 음식값도 현금과 계좌이체로만 받았다.

    근래 도내 곳곳 벚꽃 명소가 많아졌다. 인근 창원 대로변이나 교육단지에 가도 벚꽃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개화일도 빠르다. 굳이 차 막히고 번잡스러운 진해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다. 군항제가 축제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의미다.

    올해 군항제 기간 창원과 진해를 오가며 체감한 교통혼잡도는 예년에 비해 심하지 않았다. 관광객이 줄었다는 방증 아닌가. 몇백만명이 방문했고 경제유발효과가 몇천억이라는 뜬구름 같은 얘기는 그만 하자.

    진해 사람들이 군항제 기간 생활 불편을 감내하는 것은 마창진 통합 이후 13년째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군항제가 진해 경제를 상당 부분 견인했던 시절이 있었다. 맛집은 손님들로 미어터지고 숙박업소는 평소보다 2~3배 웃돈을 줘야 구할 수 있었다. 군항제 보름 벌어서 1년 살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만큼 장사가 안돼 자영업자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지역 모범음식점·착한가게, 특산물 판매업체를 선별해 입점시키는 등 풍물시장의 품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군항제 오점으로 남은 풍물시장 바가지 논란에 대해 군항제를 주관하는 이충무공선양군항제위원회는 “장터 음식점을 대상으로 가격과 품질, 위생 관리, 카드단말기와 현금영수증 발부 등 철저한 감독·지도하겠다.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폐점, 강제 퇴출 등의 강력조치를 하고 향후 입점을 배제하겠다. 가성비와 높은 품질의 업체가 입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 내년부터는 꼭 지켜지리라 믿는다.

    양영석(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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