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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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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노인복지 선진국의 치매마을 - 황외성 (경남도의회 운영수석전문위원)

  • 기사입력 : 2023-05-14 20: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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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어버이날부터는 산청호국원을 찾아야 했다. 모친의 별세로 인해서다. 자연히 지워져 가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치매로 흐려져 가는 기억과 싸우시던 모습과 그 장면을 지켜보던 가족들의 아픔이다. 필자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는 억지위안으로 추슬러왔다. 치매는 주로 노인성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인구 증가율 세계1위 국가에 치매노인 확대 1위라는 사실도 덤으로 붙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노인 중 80~84세 사이의 치매환자 수는 20.89%, 85세 이상은 38.96%라고 한다. 80세 이상 59.85%, 즉 2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다는 결론이다. 치매 관련 관리비용만도 19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내년이면 100만명, 2050년 300만명의 치매 발병을 예고한다. 머잖아 한 집 건너 치매노인이 살고 누구나 예외일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곳은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 요양원 등이라는 사실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아픈 현실이지만 이마저도 폐쇄 지향적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족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필자 또한 답답하게 느꼈던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질게 따지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 시기 3년 동안은 더욱 고통이었다. 몰론 정부가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라는 폭력이 동반되는 치매에 한해 ‘치매안심병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엽적이다. 이쯤 시기에 노인복지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베네룩스3국의 노인요양시설들은 견학했던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브랜따노 클라제 제벤스터, 메종드 라포스, 브리셀 성모니크의집, 드 호그백마을과 룩셈브르크 노인케어회사 등의 운영 실태를 접하면서 답답함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요약하자면, ‘노말리세르’ 즉 몸은 불편해도 지인 네트워크와 자기 동네, 살던 집과 같은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1인1실이 원칙이고, 방문 앞에 문패와 가장 아끼던 물건이 전시돼 있다. 방에는 평소 사용하던 소파와 가구를 사용할 수 있다. 웬만하면 누워 있는 시간을 지양하고 놀이나 토론 등으로 대신한다. 복도나 방도 익숙한 색상으로 칠해 치매노인들의 불안을 해소한다. 입구에서 등록된 치매가족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 정도로 케어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드 호그백 마을의 경우, 시설이 아파트단지 인근에 있고, 시설노인의 경우 공짜라는 것 말고는 커피숍, 미장원, 점포 등을 자유롭게 이용가능하고 주말 저녁에는 가족들과 파티도 즐기는 등 일상 그대로다. 중증치매의 경우 노인 5명과 보호사가 함께 생활한다. 요양시설이 주변에 있는 것을 꺼리는 우리의 인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필자가 펜을 든 이유도 있다. 2050년 이후가 되면 치매 완치약이 개발되지 않는 한 대부분이 대상이다. 지금부터라도 ‘노말리세르’ 원칙을 중심으로 한 정책전환을 요구하기 위함이다. 적어도 치매노인은 물론,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조성부터 시작하자.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문패와 최소한의 소장품을 비치하고 화가는 그림을, 음악가는 음악을, 농부는 농사일을 하는 평소의 생활을 연장시키는 방안부터 제안해본다. 나아가 시골은 시골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함께 사는 주민과 가게주인들이 일상에서 케어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든다면 치매마을과 치매도시가 따로 없게 된다. 물론, 인근에 복지센터를 두고 의사나 간호사, 복지사 등이 지원하는 형태다.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는 사회에 살면서, 치매에 걸려도 평소의 삶의 장소에서 생활공동체들과 살 수 있는 삶은 요원할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리는 복지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황외성 (경남도의회 운영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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