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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저출산 해결, 경제보다 가치관 변화다 -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3-05-16 20: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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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출산율이 10년 전 1.19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국가 경쟁력이 약해진다. 정부와 지자체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 그래서 청년층이 취업, 결혼과 출산에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근 보도된 눈에 띄는 제도는 충북 괴산군의 셋째 아이 출산장려금 5000만원 지급이다. 여러 유형의 다자녀 혜택은 자녀가 2~3명 이상인 경우 적용된다. 신생아 검사비와 미숙아 등에 대한 의료비 일부를 비롯해 양육 과정에서 어린이집 입소 우선권과 아이돌보미 가정 방문 돌봄 서비스 제공,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임대주택 우선공급,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우대금리 적용 등이 포함된다. 이 밖에도 3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 주택특별공급 혜택, 공과금, 고속철도와 공항주차장 할인, 자동차 취득세 면제, 자녀세액 공제, 학자금 지원과 대출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그런데 여러 지원 제도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통계 그래프의 변곡점을 찾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들의 의식 조사와 연구 보고서는 주로 경제적 어려움과 가치관의 변화 등 두 가지에 주목한다. 먼저 경제적 부담은 결혼 후 거주할 주택과 아이 양육을 감당할 직업과 직장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대책은 현재의 제도를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다. 지원이 늘어날 만큼 부담도 커지므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자원 배분의 관건은 국가 현안의 우선순위다. 저출산 대책의 중요성에 유권자인 시민이 깊이 공감하면 국회의 입법과 정부의 정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다음에 가족과 행복에 대한 청년 가치관의 변화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와 연관된다. 핵가족과 1인 가정의 증가로 결혼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가치관의 변화를 초래했다. 결혼 계획이 없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결혼하되 자녀가 없는 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직장에서 출산과 육아 휴직이란 말을 꺼내기 어렵고, 불이익을 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청년들의 가치관 탓을 하기 어렵다.

    가치관의 변화에 맞게 저출산 대책도 개선돼야 한다. 외견상 경제적 해결책에 비해 예산이 투입되지 않아서 쉬운 해결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시민의 마음과 시각을 바꿔야 하므로 난해한 과제다. 어려운 만큼 관련 전문가와 기관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구체적으로는 시민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는 미디어와 교육 분야의 전문가를 비롯해 각계의 여론 지도층(opinion leader)의 인식 전환과 협력이 요구된다. 개인주의 시대의 가치관인 자율과 독립이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서 실천되고, 부부와 자녀의 배려, 양보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삶과 조화됨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직장과 사회에서 출산과 자녀 양육을 지원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의 조정, 근무 시간의 단축과 재택근무 허용, 승진과 업무 선택의 혜택 제공, 공연장, 전시관, 공원 등에서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에 대해 우선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방송 프로그램과 동영상 콘텐츠 이용이 일상화된 시대에 효과적인 방안으로 결혼과 자녀 양육에 친화적인 내용을 콘텐츠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부모와 자녀는 가장 가까운 인생의 친구이자 선후배로서 서로를 사랑하고, 격려하는 공동체로 행복의 요소임을 방송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이다. 부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공동체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는 삶에서 보람을 찾고, 인생의 지혜를 얻고, 깨닫는 과정임을 전해주는 동영상 콘텐츠가 늘어나길 바란다. 미디어의 뉴스와 콘텐츠가 충격적인 사례만을 찾아서 결혼과 자녀 양육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도피와 고립을 조장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이와 반대로 미디어가 가족과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 신뢰와 사랑으로 자녀를 양육하며 기뻐하는 공동체 중심의 가치관에 주목할 때 우리 사회의 미래가 더욱 밝아진다.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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