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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업실] (2) 수미 작가

‘엄마 수미’와 ‘작가 수미’가 함께하는 특별한 공간

  • 기사입력 : 2023-05-17 08:05:59
  •   
  • 삼남매 엄마이자 글쓰는 작가
    2년 전 만든 ‘베란다 작업실’
    거실서 글쓰며 아이와 놀기도

    지역예술가 작품 사서 걸고
    팬이 준 선물·원고 보관하며
    창원에서 꾸준한 활동 다짐

    두 번째 에세이집 준비 중
    “어떤 상황에서도 삶 긍정하며
    계속해서 쓰는 사람 될 것”

    에세이집 ‘애매한 재능’을 쓴 수미(38) 작가는 스스로를 ‘범재(凡才)’라 칭한다. 평범한 재주를 가진 사람. 처음에는 천재가 아님에 씁쓸해했던 그는 범재의 글도 가치 있음을 깨닫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수미 작가는 사인을 할 때면 꼭 ‘우리가 원하는 풍경으로 계속 걸어가자’는 문구를 적는다. 때로 넘어지고 흔들리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우리들의 삶을 긍정한다. 그의 작업실은 창원 봉림동의 가정집 베란다 한편과 아이들이 뛰어노는 거실이다. 이토록 평범한 공간에서 작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풍경은 무엇일까.

    수미 작가가 자신의 집 베란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은 작가로서의 마음을 다잡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수미 작가가 자신의 집 베란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은 작가로서의 마음을 다잡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삼남매 엄마의 일상 속 작업실

    -작업실 변천사는 어떻게 되나요.

    △작가를 꿈꾸기 시작한 어린 시절에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개인 방이 없었다. 그래서 공책을 펼칠 수 있는 곳이면 모두 작업실이 됐다. 20대 중반이 돼서야 집에 작은 골방이 생겼는데, 아버지가 직접 방 문에 ‘작업중’이라 적힌 스티커를 붙여줬던게 기억난다.

    결혼하고 나서는 방 하나를 작업실로 삼았지만 곧 아이가 태어나 놀이방이 됐고, 몇년 뒤 쌍둥이가 태어나 작업실로도 쓸 수 없게 됐다. 지금의 베란다 작업실은 남편의 묘책으로 2년 전 생겼다.

    난방과 냉방이 되지 않아 봄, 가을에만 이용 가능하지만 이 작업실을 볼 때마다 속으로 ‘네가 뭐하는 사람인지 잊지마’라 외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거실은 두 번째 작업실이다. 뒤편에 서재가 있어 책을 보면서 작업하기 편하다. 종종 찾는 카페·도서관과, 걸어가는 거리도 작업실이 된다.

    수미 작가가 인터뷰 중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수미 작가가 인터뷰 중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작가이자 엄마로서 하루 일상은 어떻게 되나요?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땐 작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기에 최대한 돌봄과 글쓰기를 분리한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중해서 작업한다. 점심을 먹고 에너지가 덜 들어가는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3시부터 아이들이 하교한다. 7시까지는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저녁에는 거실에서 글을 쓰면서 아이들과 장난 치기도 한다. 이때는 글 작업이 아주 느슨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집중해야 할 때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베란다 작업실이나 근처 카페로 향한다. 4개월 전부터는 저녁 늦게 주짓수를 배우고 있다.

    수미 작가의 첫째 딸이 그린 엄마./성승건 기자/
    수미 작가의 첫째 딸이 그린 엄마./성승건 기자/

    -글쓰는 아내·엄마에 대해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편은 열여섯 때부터 작가를 꿈꿨던 저를 알고 이해하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처음에는 이해해주지 못했다. 주말인 토요일에는 6시간 정도 글을 쓰다가 가족과 합류하는데 처음에는 섭섭해했지만 다행히 이제는 이해해준다. 저에게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 것 같다. 최근 첫째 딸이 저의 캐릭터를 다양하게 그렸는데 메인 캐릭터가 ‘작가’였다. 요리하고, 노는 모습이 메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묘한 감동을 받았다. 저에겐 소중한 그림이라 귀하게 보관하고 있다.

    거실 작업실에 놓인 창원지역 작가들의 작품들.
    거실 작업실에 놓인 창원지역 작가들의 작품들.

    ◇작업실에 담긴 꿈 꾸는 풍경들

    -다양한 그림 작품들이 눈에 띈다.

    △사실 2012년 창동에서 지역의 젊은작가들의 팬클럽인 ‘청년작가 휀클럽’을 기획하는 등 지역작가에 관심이 많았다. 작업실에 있는 작품은 모두 창원지역 작가들의 작품이다. 첫 번째 책 ‘애매한 재능’의 표지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노순천 작가부터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가람, 노은희, 장건율 작가의 작품이 있다. 목돈이 조금 생겼을 때 젊은 작가들에게 힘을 주고자 산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이 글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작품을 보면서 저를 포함한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계속 살아남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장하게 글쓰고 사는게 아니라 재밌게 웃으면서 함께 늙어가고 싶다.

    최근 신가람 작가와 작업실에 걸린 그림 사진을 보내며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함께 여기서 작업하면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라는 답장이 왔다. 요즘은 한명의 지역 예술가로서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꺼지는 게 아니라,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나를 고민하게 된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동료가 옆에 있어 고맙다.

    팬에게 선물 받은 작가 이름이 적힌 만년필./성승건 기자/
    팬에게 선물 받은 작가 이름이 적힌 만년필./성승건 기자/
    팬에게 선물 받은 연필. 작가·엄마 등 다양한 정체성이 새겨져 있다.
    팬에게 선물 받은 연필. 작가·엄마 등 다양한 정체성이 새겨져 있다.

    -작가 이름이 적힌 만년필·연필도 있다.

    △만년필은 통영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경기도에 사는 팬 한분이 직접 찾아와 선물로 준 것이다. 블로그와 SNS에 글을 올리면 매번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인데, 두 번째 책을 쓰면서 최소한 한명의 팬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고마운 사람이다. 연필도 또 다른 팬들이 선물로 준 것인데, ‘엄마 수미’, ‘작가 수미’, ‘여자 수미’ 등 저의 정체성이 담긴 문구가 적혀 있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2022년 창원의 책 선정' 상패./성승건 기자/
    '2022년 창원의 책 선정' 상패./성승건 기자/
    '사다리 어린이 희극 공모전 우수상'./성승건 기자/
    '사다리 어린이 희극 공모전 우수상'./성승건 기자/
    베란다 작업실에 있는 팬과 지인들에게서 받은 편지들.
    베란다 작업실에 있는 팬과 지인들에게서 받은 편지들.

    -상패와 편지·글 원고도 눈에 띈다.

    △베란다 작업실은 작가로서의 마음을 다잡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사다리 어린이 희극 공모전 우수상’과 ‘2022년 창원의 책 선정’ 상패는 작가임을 증명하는 상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아래에 놓인 팬과 지인들에게 받은 편지들, 또 책상 아래에 있는 10대 때부터 모아둔 글 원고들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가 깊다.

    에세이집 '애매한 재능'의 저자 수미 작가./성승건 기자/
    ‘애매한 재능’의 저자 수미 작가./성승건 기자/

    ◇수미 작가는 우울한 엄마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라던데.

    △‘우울한 엄마’에 대한 에세이집을 준비하고 있다. ‘우울한 엄마는 나쁜 엄마인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우울할 수 있지?’ 등 저 자신에게 했던 질문을 세상에 던지는 책이다. 현재 원고 마감 때문에 정신없이 살고 있다. 책은 10월 쯤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지?

    △3년여 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진단을 그때 받았을 뿐 더 오래됐을 것이다. 이 병은 복잡한 병이다.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등 개인이 가진 심리적 원인이나 불행한 사건·사고가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환경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과도한 부담, 학교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여성혐오로 얼룩진 갈등, 장시간의 노동 등이 만연한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엄마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첫 번째 책은 자전적인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두 번째 책은 조금 더 범위를 확장하려고 한다. 6개월 전부터 시작한 모임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도 그래서 추진했다. 정기적으로 10여명의 여성이 모여 돌봄, 엄마, 섹스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많은 영감을 받는다. 이외에도 책 읽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어렵고 부담스런 주제이기에, 더 곁을 주며 이야기하기 위해선 공부하면서 쓰고 있다.

    수미 작가가 자신의 집 베란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수미 작가가 자신의 집 베란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애매한 재능’에서 자신을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렸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정, 재능의 검증, 생계 유지를 위해 글을 써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게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은 이유가 됐다. 스스로 재밌어서 글쓰고 싶다는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렸었다. ‘계속해서 쓰는 사람’을 목표로 한다면 앞의 의미들에서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에서 멋지게 말했지만, 사실 책이 나오고 나서 글 청탁 등 제안이 생각보다 적어서 우울했었다. 결국 계속해서 쓰려면 많은 것들이 선행돼야 한다. 개선점은 스스로에게도 있고 우리 사회에게도 있다. 지역에 있는 한 명의 작가로서 많이 노력하겠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게 이 작업실에서 제가 드러내고자 하는 풍경이다.

    글= 김용락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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