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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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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이은 ‘영혼과 세상’

창원 연아트오브갤러리 최은혜 개인전
세필로 그린 선으로 150호 캔버스 채워
추상화 26점 선봬… 다음 달 12일까지

  • 기사입력 : 2023-05-25 0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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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다리를 타고서 펜촉같이 얇은 1호 세필을 움직인다. 선이 굵어져서도 흔들려서도 안 되니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둥글려 벽면같이 광활한 150호짜리 캔버스를 선으로 가득 메운다. 우주적 세계 혹은 글자로 채운 경전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검고 흰 선. 선과 선의 중복이 한 작가의 세상과 영혼을 드러낸다.

    창원 연아트오브갤러리가 오는 6월 12일까지 최은혜 작가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최은혜 作 순간.
    최은혜 作 순간.
    최은혜 作 순간2.
    최은혜 作 순간2.

    창원 시티세븐 43층에서 명서동으로 이전한 후 펼쳐 보이는 첫 기획전이다.

    경남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해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최은혜(31·사진) 작가는 단색의 추상화를 펼쳐낸다. 이번 전시에 150호 5점을 포함해 26점을 내걸었다. 그는 도시든 자연이든 생에 마주하는 모든 사물이 눈에 선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니 온통 선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화폭에 표현된다. 캔버스 위에 검은색이나 회색으로 바탕을 칠한 다음 많게는 4~5가지의 각기 다른 선을 겹쳐 얹는다. 세필로 여러 번 중첩해 선을 따라 그으면서 깊이감을 더한다. 원이나 줄무늬 패턴으로 보이는 그림이어도 전부 선으로 구성됐다. 가까이서, 멀리서 보는 작품의 느낌이 크게 다르게 다가온다. 선으로 면을 몇 번이고 채우니, 그 공간감이 뚜렷하다. 그러니 멀리 선 실을 품은 누에고치, 혹은 빽빽한 꼬임을 가진 거대한 수세미 같다가도 그림에 한 발짝씩 다가서면 우주와 인간, 인간과 사회, 사물과 사물 등 모든 관계가 얽혀있는 듯한 복잡한 선의 세계를 마주한다.

    최은혜 作 우주4.
    최은혜 作 우주4.
    최은혜 作
    최은혜 作

    ‘무그룹’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정근찬 화가는 디자인 전공에서 순수회화로 진로를 바꾼 최은혜 작가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며 몇 년 전부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작가는 “대체로 작품의 밀도가 높은 작품들은 뒤에서 보면 한 가지로 보이고 가까이 가야 실체가 드러나는 듯한 느낌인데 최 작가의 작품은 반대처럼 느껴져서 특별하다”며 “작업하는 모습을 봐도 정말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작품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겹겹이 쌓은 선이 그가 받아들이는 세상, 수행에 가까운 작업 과정을 가늠케 한다.

    최은혜 작가
    최은혜 작가

    작업에 빠지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줄 모른다는 최 작가는 “선과 선의 겹침, 선과 선의 중복으로 나의 영혼을 표현한다”며 “나의 선은 언제까지 지속할지 몰라도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쳐 간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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