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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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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리는 고통 속에 숨겨져 있다- 법안스님(성주사 주지)

  • 기사입력 : 2023-05-25 19: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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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꽃이 지고 새순이 올라와 숲을 연초록으로 장엄합니다. 두 달 전 도자기 굽는 도가를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데 호젓한 담벼락 아래 예쁜 홍매가 활짝 피어있어 순간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꽃에 대한 감탄에 도공께서 선뜻 큰 선물을 합니다. 다음날 바로 꽃을 캐 성주사 지장전 옆 화단에 심었습니다. 꽃이 예뻐 참배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시간이 지나 꽃이 지고 새순이 올라와야 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꽃 진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혹 살지 못할까 걱정이 컸습니다. 재작년에도 그 자리에 매화를 심었다가 살지 못한 일이 있어 더욱 그랬습니다. 아직은 죽지 않았단 말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순이 올라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잘 살고 있는 매화를 욕심으로 괜히 옮겨와 아픔을 주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나무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아 피워낸다는 사실을 모른 무지의 결과였습니다. 전 에너지를 다 쏟아 꽃을 피웠는데….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얼마나 큰 몸부림과 상처가 있었을까.

    ‘새벽처럼 깨어 있으라’라고 합니다. 새벽은 처음 맑음을 뜻합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열린 마음속에 의식이 살아있음을 말합니다. 열림은 내가 들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빈마음(無心)이 될 때 가능합니다. 무심이 되면 나와 대상이 둘이 아닌 하나로 동일체가 됩니다. 동일체가 되면 내가 만나는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느낌과 대상이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그때 대상과 나는 한마음으로 만납니다.

    부처님은 자비입니다. 상대의 고통스런 삶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녹아내리는 것을 자비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중생 곁을 떠난 일이 없습니다. 고통은 부처님 세계로 가는 관문입니다. 고통을 바로 보고 알 때 고통 아닌 세계로 갈 수 있습니다. 고통은 진리의 씨앗입니다. 고통 없이 행복은 없습니다. 어둠 속에 빛이 있고, 번뇌 속에 보리가 있습니다.

    깨어나는 것은 고통의 번뇌를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며, 부처님 세계에 들어가 머무는 것입니다. 부처님 세계는 미래세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자비로운 삶으로 드러날 때입니다.

    연등불을 켜는 것은 나의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빛임과 동시에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입니다. 서로서로의 연등을 켜는 것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일이며 부처님 세계로 가는 길입니다.

    주변의 힘들고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위해 켜는 연등은 세상을 더욱 밝게 비추는 공덕 장엄입니다. 진리는 내 이웃의 고통 속에 있으며, 깨어 있는 존재 붓다는 자비입니다. 만 생명이 부처님 세계에서 항상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법안스님(성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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