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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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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새롭게 나아가는 삶-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23-05-30 19: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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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으레 말한다. 사람은 바뀌지 않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제도와 구조와 법률에서 한 번 경로가 정해지면 그 관성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바꾸기 어렵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말 두 마리를 나란히 세워 놓았을 때의 엉덩이 폭은 로마 전차, 영국 증기기관차, 미국 철도선로, 우주왕복선 추진 로켓의 크기를 결정했다. 기계식 타자기가 사용한 키보드 배열은 컴퓨터에 그대로 적용됐다.

    스탠퍼드대학의 폴 데이비드와 브라이언 아서가 말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 이다. 비능률임을 알더라도 관성과 기득권 때문에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변화와 조건변경을 수용하지 못한 채 예전의 익숙한 것을 그대로 유지하므로 과거의 결정이 미래의 선택을 제약한다.

    이처럼 늘 하던 방식을 답습하고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관성이 우리의 삶에 투영되면 그건 ‘타성’이다. 타성에 젖으면 변화를 두려워하며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 개선이 없으니 발전은 없다. 늘 같은 일상의 반복이고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과거에 갇히면 절대 변할 수 없다. 문제를 회피하고 위험을 거부하며 익숙하고 편한 길만 선택한다. 늘 같은 행동을 하면서 앞으로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다. 습관적으로 행동하며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숨 막혀 질식할 것 같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우리는 참고 순응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냥 받아들이고 조용히 입 다물고 체념하는 게 어느덧 일상이다. 자유를 어딘가에 저당 잡힌 채 쳇바퀴 같은 일상을 무한 반복하며 갇힌 기분으로 살아간다. 다시는 안 하겠다 하면서도 어느 순간 똑같은 일을 또 반복한다. 상처와 아픔만 남기는 관계임을 알면서도 그 인연을 끊어내지 못해 또 집착한다.

    늘 같은 걸 하는 건 만병통치가 아니다. 더 이상 발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하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거리낌 없이 맘껏 하자. 하고 싶은 말은 숨김없이 속 시원하게 털어놓자. 새로운 방식으로 먹고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자. 일상생활을 마치 여행하듯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자.

    상어는 움직여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가더라도 계속 움직인다. 결코 멈추지 않는다. 상어는 같은 바다를 두 번 헤엄치지 않는다. 관성에 빠지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상어처럼 때로는 새롭게 살아야 한다. 관성과 매너리즘의 연속인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야 한다. 무겁게 짊어진 짐을 잠시 내려놓고 소극적인 태도와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저 멀리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떠나야 한다. 넓디 넓은 바다와 같은 자유를 찾아 떠나야 한다. 삶은 한번 뿐이다. 평생 동안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곳곳에 파도와 위험이 도사려도, 무수한 거센 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쳐도, 평생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도 않으니 낭비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각자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절대로 대체될 수 없는, 특별한 존재다. 그 누구도 나와 똑같지 않고, 나도 그 누군가를 완벽하게 모방할 수 없다. 나는 나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답게 사는 것, 그건 어렵지만 꽤나 뿌듯한 일이다. 내가 아닌 ‘거짓 자아’ 뒤에 숨겨진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도 미처 모르는 가능성이 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새로운 눈으로 다르게 볼 수 있으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확신이 들지 않아도 바람을 헤치고 묵묵히 걸어가면 언젠가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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