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경남경제, 안정적 성장 기반을 준비해야 할 때- 신현열(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6-04 19:44:07
  •   

  • 금년의 절반 정도가 흘러간 시점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매우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세계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오던 수출이 8개월째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5개월 째 적자 중이다. 금년 중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의 2.6%에 크게 못 미치는 1%대 중반에 그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작년부터 가파르게 진행되던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되고, 시장금리도 고점을 찍고 다소 하락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우리나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경남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생산측면에서 보면 전국의 생산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경남은 작년 연간으로 5.3% 증가한 데 이어 금년 들어서도 1분기 중 3.5%(전년동기대비)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에 제조기반을 둔 방위산업, 조선, 항공, 원자력 업체들의 대규모 수주 등에 힘입어 생산활동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원국가산단 입주 기업들의 평균가동률이 80%를 웃돌면서 거의 풀가동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업황호조에 힘입어 도내 기업들의 심리도 상당폭 개선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생산 호조는 도민들의 심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5월 중 경남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2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상회하면서 전국평균을 상당폭 웃돌았다. 이는 도민들의 현재와 미래 생활형편에 대한 인식이 호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도민들의 심리 개선은 실질적인 소비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도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판매액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년동기대비 10% 내외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남 고용사정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다소 나아지는 분위기다. 4월 중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1만8000명 증가한 가운데 실업자는 2만6000명 감소했다. 임금근로자가 늘어난 반면 비임금근로자는 줄어들었는데, 특히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 수가 증가하고 임시·일용근로자 수는 감소하여 고용의 질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중반 6%를 웃도는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4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3% 상승했는데 이는 전국평균(3.7%)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품목별로 보면 가공식품(8.3%)이나 외식비(6.6%) 등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도민들이 물가안정을 피부로 느끼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의 실물경기가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취약점도 내포하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인건비 상승에 더하여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등 경영애로를 겪고 있다. 아울러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상황, 고금리 등으로 신규 설비투자에도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도내 대기업들의 업황 호조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영여건 개선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긴요한 상황이다.

    한편 경남경제는 산업구조상 제조업 비중이 여타 지역에 비해 높아 특정 제조업 경기 상황에 따라 경제의 진폭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은 경남경제가 주력 제조업종의 역대급 수주에 힘입어 좋은 모습이지만 이들의 업황이 악화되는 시기에는 여타 지역보다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진폭을 완화하고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업보다 부가가치 창출능력과 고용흡수력이 큰 서비스업의 비중을 높이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경남도의 관광산업 육성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특히 서부경남 내륙고속철도 건설에 맞추어 지리산권과 남해안을 잊는 관광벨트 조성은 매우 유망한 프로젝트로 기대된다.

    신현열(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