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3일 (일)
전체메뉴

문인이 만난 우리 시대의 청년예술인 (18) 이상진 영화감독

영화는 삶의 원동력이자 기억창고

  • 기사입력 : 2023-09-08 08:04:18
  •   
  • 영화의 늪 속에 빠져 대학 자퇴 후 서울행
    밤새 시나리오 쓰고 영화 현장 찾아다녀
    진해서 제작한 독립영화 ‘창밖은 겨울’
    작년 벚꽃영화상 수상, 각종 영화제 초청
    “영화는 많은 인력과 함께하는 노동의 산물
    꾸준히 좋은 영화 만들어 즐거움 주고파”

    지역에도 영화는 있는가? 있다. 고군분투 중이다. 젊은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영화문법을 만들어 나간다. 무슨 무슨 협회 등 지역 인사들 모임 같은 제도권의 방식에 기대지 않고 영화 본질로 승부하는 힘겨운 청춘들이 있다. 그 일군의 영화인 중 한 사람인 이상진 감독을 만났다.

    이상진 영화감독.
    이상진 영화감독.

    ◇영화는 내 삶의 바퀴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 그와 약속을 잡은 후, 극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보았다. 이 영화는 최근 몇 년 동안 할리우드에서도 사실상 찾아보기 힘든 거대담론을 생산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과 제작자의 입장보다는 감독의 성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때는 충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그러나 놀란 감독도 사람이기에 분명 적잖은 부담을 가졌으리라.

    그렇다. 영화감독만큼 즐겁고 고독한 일이 있을까. 영화를 만드는 일은 자신을 살게 하는 노동이며 직업이다. 나를 둘러싼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며 그 성공과 실패가 어깨에 얹혀 있기에 더 그러하다.

    이상진 감독은 지난해 ‘창원 영화제작소 키노키오컬처스 필름오늘 네오웨이브’가 주최하는 벚꽃영화상 시상식에서 벚꽃영화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이 상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2022년 제정되었다. 그들 중 작품상, 배우상, 벚꽃상 등 세 분야로 나눠 수상하며, 지난해 첫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다.

    그가 연출한 작품은 ‘창밖은 겨울’. 이 감독은 1991년생으로 올해 32세 진해 토박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배경도 진해다. 진해 터미널에서 주인공 석우는 MP3를 줍게 되는데, 이것이 단순히 잃어버린 물건이 아니라 지나온 기억과 시간의 분실물이라 믿는다. 유실물보관소는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하는 것을 넘어 잃어버린 시간, 옛사람과의 인연 등을 보관하는 장소도 된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 분절의 시간 속에서 시계 바늘은 어느새 가을에서 겨울로 향해 있다. 이 이야기는 이상진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처럼 읽힌다. 청춘에게 있어 잊고 싶은 과거는 그곳과 쉽게 단절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그 빛깔이 짙어질수록 방황의 날들은 길어진다. 이것이 바로 젊은날의 초상이 아닌가.

    영화 ‘창밖은 겨울’ 스틸 장면.
    영화 ‘창밖은 겨울’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