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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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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상원사 동종- 김창균

  • 기사입력 : 2023-11-23 08: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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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불의 노래, 나는

    가까이 더 가까이 그대에게로 갑니다

    발톱을 감추고 비상할 날을 기다리던 한 여인은

    벌써 소리가 되어 종 속에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껴안고 온 발자국이

    부질없어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당신의 옷자락을 건드리면

    그대는 깊고 큰 소리를 냅니다

    불 속으로 뛰어들며

    제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을 얻은 그대는

    몸피를 벗고

    하얗게 종아리를 걷습니다

    하여 정신없이

    그대의 소리를 안고 가노라면

    종루 바깥에선 하루 종일

    배꽃이 져 내리고

    바람은 그

    꽃 지는 소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마침내

    소리 하나 얻어 갑니다


    ☞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지만 영국 시인이자 성직자였던 존 던의 시 제목이었다. 종(鐘)은 사찰에서, 혹은 성당에서 혹 교회당에서 그 어디에서 울리던 가슴이 먹먹해진다.

    범종(梵鐘)은 법고와 운판과 목어와 더불어 사찰의 사물 중의 하나이나 이 모두를 아우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모든 죽은 영혼을 위하여 울리는 종. 그래서 종의 제작 과정을 담은 설화 중에는 육신공양 설화가 많다.

    상원사 동종도 마찬가지이다. “발톱을 감추고 비상할 날을 기다리던 한 여인은/ 벌써 소리가 되어 종 속에 들었습니다” “제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을 얻은 그대는” “지금까지 내가 껴안고 온 발자국이/ 부질없어/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당신의 옷자락을 건드리면/ 그대는 깊고 큰 소리를 냅니다” 슬픈 사랑이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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