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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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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1월- 오세영

  • 기사입력 : 2024-01-11 08: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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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 걸어온 길을 재차 확인하다 보면 곳곳에 찍혀있는 부끄러운 발자국들, 누군가 그 흔적을 깨끗이 지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흰 눈으로 뒤덮이는 1월은 우리의 부끄러움을 잠시 가려주는 신의 선물이지 않을까.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위로 들리는 신의 속삭임 그리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육성,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어머니의 질책이야말로 1월의 첫발을 두려움 없이 내디딜 수 있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끝과 시작, 양 문의 수호신인 ‘야누스의 달’이다. 바르게 시작하라는 정월(正月)은 우리에게 언제나 설렘과 떨림을 선사한다. 저마다 위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눈부신 함성이 들리는 1월, 당신의 1월은 안녕한가!

    -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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