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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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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내가 키우는 달- 류경일

  • 기사입력 : 2024-01-25 08:10:55
  •   

  • 나는 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겨울밤 동장군이 난리 칠 때

    학원 다녀오는 내 뒤를 따라

    내 방까지 들어와 버린 초승달을

    엄마 허락도 없이 몰래 키우고 있다

    먹이도 목줄도 필요 없고

    ‘월, 월’ 짖지도 않는다

    얌전히 내 눈빛만 먹고 살아서

    하늘에 풀어놓고 키워도 걱정 없다

    어두운 밤길 나서면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달

    초승달, 상현달, 하현달, 보름달

    자라는 모습만 보아도

    키우는 맛이 달달한 달

    추운 오늘 밤에는 달달달달

    떨고 있을 야윈 그믐달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 주었다

    오래


    ☞ 달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낭만적인 선물이다. 옛날부터 달은 많은 사람에게 꿈이고 연인이며 사유의 보고이자 기원의 대상이었다. 인공위성이 보내온 달의 표면을 확인하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달에서 떡방아 찧는 옥토끼를 떠올린다. 그래서 동심으로 올려다본 겨울밤의 초승달은 맑고 시리고 사랑스럽다.

    학원 다녀오는 자신의 뒤를 따라온 초승달을 키우는 아이, 밤길에 자기만 졸졸 따라다니는 달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하늘에 풀어 놓고 키워도 아무 걱정 없는 착한 달. 아이의 사랑을 먹고 쑥쑥 자라 보름달이 되니, 그야말로 달 키우는 맛이 얼마나 달달할까. 달을 키우며 아이의 마음도 따스하게 자라, 추운 밤 떨고 있는 그믐달을 바라보며 연민과 배려의 마음도 키우게 된다.

    오늘은 음력 12월 보름이다. 아이가 달달하게 키운 달을 올려다보자. 어쩌면 저 달이 우리를 키웠는지 모른다. 달을 바라보며 모두의 사랑과 소망과 행복을 빌어보자, 오래! -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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