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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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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이불이 울음을 덮다- 곽향련

  • 기사입력 : 2024-03-07 08: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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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이 울음을 덮는다


    속앓이를 뒤척이며 함께 울어 주는 집인 것처럼

    창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덮어 준다


    울음의 탄생지인 자궁에서 빠져나올 때의 울음이라면 축복이지


    아버지, 어머니 저승길까지 따라가는 곡(哭)이라면 어떨까

    죽음이 나를 끌어당겨도 가슴에 칼을 묻지는 않았으리


    다람쥐는 눈물을 쳇바퀴에 달고 이런 울음 어디에 숨겼지?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울음

    시(詩)도 대신 울어 주지 않는 울음


    눈물을 뭉친 구름 같은 솜뭉치에 바늘이 걸어간 이불

    들썩이는 울음을 당긴다


    울음이 불룩해진다


    ☞ 시인에게 있어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문학이야말로 삶의 지향점을 향한 유일한 매개체다. ‘시의 고유한 목적은 자기표현’, 여기 불룩한 울음이 있다. 숨어든 울음이 새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나를 단속할 때, 이불이 나를 덮는 날들의 형상을 의미한다. 시도 대신 울어주지 못하는 울음,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울음.

    속 깊은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까닭일까. 그렇다면 그 어떤 비유와 은유로도 표현 불가능한 울음 하나쯤 누구나 품고 있지 않을까. 내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던 울음, 살다 살다 저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울음 말이다. 종국에는 무덤의 형태가 불룩한 이유도 울음을 덮고 있기 때문이라 상상해 보면 이 불룩함이야말로 언어를 넘은 최적의 시적 표현이라 하겠다.

    저기 저 봄기운 너머, 무덤가로 번지는 초록 이불 한 채마다 울음이 불룩하다. 마치 울음을 터드리며 빠져나오는 산모의 불룩함을 닮았다. 그러니까, 축복의 울음소리 가득한 봄이었으면 좋겠네.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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