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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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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오늘’을 살아가기- 박양호(마산대 글로벌한국어문화과 학과장)

  • 기사입력 : 2024-04-29 19: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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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퍼스에 봄이 찾아왔다. 신입생들이 학과 단체복을 입고 오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곧 날이 따뜻해지면서 목련과 벚꽃이 차례로 피고 졌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중간고사 기간. 5월을 코앞에 두고 중얼거리게 된다. “올해도 벌써 넉 달이 지났네.”

    언젠가부터 달력을 한 장 넘길 때마다 이 말을 하고 있는데, 이때 필자는 꼭 ‘벌써’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일정 확인을 위해 달력을 넘겨 보다 놀랐다. 이제 벌써 5월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 돌이켜보니 필자 역시 30대가 되고부터 ‘시간 참 빠르다’와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그걸 다르게 느낀다.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생체 기능이나 인지 능력을 살펴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나이가 들면서 사람마다 해야 할 일과 책임질 일이 많아지는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사회적 지위와 그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받으면서 ‘할 일’은 점점 늘어간다. 주어진 일을 하다 문득 시계를 보고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가 있어서 놀랄 때가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잠깐 여유가 생기기라도 해서 달력을 보면 ‘어느새 몇 월’이 되어 있다. 내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 지나 보낸 시간은 대개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해가 바뀌고 5월이 될 때까지 내가 뭘 한 건지 돌이켜봐도 번뜩 떠오르는 것이 없다. 분명 하루도 여유롭지 않았기에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바빴다는 것만 기억날 뿐 매일매일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이 지냈기 때문이다.

    학교가 직장이다 보니, 필자는 1년을 ‘학기’ 단위로 나누어 생각하게 된다. 한 학기 동안의 수업과 업무를 마무리하면 방학이 되고, 방학에는 다시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와 업무를 병행한다. 그런 식으로 새 학기를 두 번만 맞이하면 1년이 지나가는 것이니, 1년은 참으로 짧은 시간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다음 할 일에 쫓기며 생활하다 보면 그 시간은 더 짧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를 ‘오늘’이 아닌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서이다.

    몇 년 전 노교수님께서 후배 교수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같이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을 살지 못하고 항상 다음을 준비한다”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낸 기념으로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큰일 하나를 마무리했으니 내일부터는 뭘 할 거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다음 프로젝트를 언급하자 들려주신 말씀이었다.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아 마음이 바빴던 당시 필자에게, 그 말씀은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떠올려 보곤 한다. 나는 과연 오늘을 살고 있나.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했다. 물론 미래에 대한 준비는 중요하다. 준비된 것이 없어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일을 놓친다면 얼마나 애석하겠는가. 하지만 반대로 미래를 준비하기에 바빠 ‘오늘’을 느끼지 못하는 것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자세일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돌볼 여유는 있어야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소소한 취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과 내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자. 내일에 치우쳐 지내고 있었다면 오늘 쪽에 무게를 조금 더 실어서. 그렇게 균형감을 잡는다면 나의 오늘과 내일이 고르게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박양호(마산대 글로벌한국어문화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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