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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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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기차를 타다- 윤재환(의령예술촌장)

  • 기사입력 : 2024-05-06 19: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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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기차를 좋아한다. 그리고 자주 기차를 탄다. 그래서 기차여행을 즐겨하고 있다.

    지난 4월의 마지막 휴일에 지인의 아들이 천안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따스한 봄날 소풍 가듯 기차여행을 하고 왔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찍 나서기는 했지만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시간은 행복했다.

    내가 처음 기차를 탄 때는 1980년도 봄날이다. 열여덟 살 때다. 친구랑 마산역에서 당시 가장 싸고 가장 느린 기차인 비둘기호를 타고 함안군 산인역에 내려서 입곡공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대학 1학년 때 같은 과 친구들이랑 마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순천역에 내려서 역 앞 분식집에 가서 따끈한 떡국 한 그릇 먹고 바로 되돌아온 적이 있다. 그때는 1월이고 겨울이었는데 비가 내렸다.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 느린 기차를 타고 낭만 가득한 추억의 시간여행을 했다. 그 계기로 나는 기차 타고 가는 여행을 좋아했다.

    그 무렵에 나는 마산에 살았는데 주말이면 수시로 마산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고 전국 곳곳으로 다녔다. 특히 매년 연말이면 어김없이 기차를 타고 2박 3일간의 기차여행을 했다. 심지어 수원에서 인천 송도로 운행하는 협궤열차인 수인선 열차도 두 번이나 타고 여행을 했다. 참고로 수인선 열차는 1995년 12월 31일에 운행을 멈췄다. 그리고 지금은 운행을 하지 않는 가장 느리게 가고 요금도 가장 싼 기차인 비둘기호나 통일호 아니면 무궁화호를 주로 이용했다. 기차로 이동을 할 때는 야간열차를 이용하고 또 잠을 자야 할 경우에는 주로 역 근처에 있는 여인숙을 이용했다. 식사는 국수나 라면으로 먹고 여의치 않으면 빵이나 과자로 대신했다. 또한 당시에 산행을 하거나 해서 어떤 목적지의 여행을 하고 나서는 그 지역에 있는 대학과 시장을 꼭 들르곤 했다. 그렇게 해서 2박 3일 여행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채 3만원도 들지 않았다. 또 어떤 때는 2박 3일간의 여행 중에서 지하철을 포함해서 기차를 63시간이나 탄 적도 있다. 아무튼 배고픈 여행을 했지만 많은 추억과 따뜻한 사연을 가슴에 듬뿍 쌓아왔다. 당시 기차가 다니는 전국의 노선 중에서 가지 노선 세 개 정도를 빼고는 모든 노선의 기차를 다 타보았다. 그래서 당시에 나의 취미도 기차여행이었다.

    그러다 서른 살에 결혼을 하고는 기차를 많이 타지는 않았다. 가끔씩 먼 곳으로 출장을 가거나 교육을 가거나 할 때는 차 대신 기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20년이 지날 무렵에 우연히 창원에 사는 친구에게 뭘 전할 것이 있었는데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다 기차가 생각이 났다. 내가 사는 의령에서 가까운 역인 군북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창원역으로 가서 친구에게 전해주고 바로 되돌아온 적이 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기차를 타는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먼 곳은 물론이고 인근지역인 창원으로 갈 때도 주로 기차를 이용한다. 비용도 적게 들고 운전을 해서 가는 것보다 편안하고 안전하다. 또 낭만이 있다. 가령 인근 창원으로 무슨 일을 보러 갈 때 차를 운전해서 가면 그 일에 종속되어 가는 느낌인데 기차를 타고 가면 그 시간은 여행이 되고 운전을 해서 갈 때 나를 지배했던 그 일은 잠깐의 들러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그 하루의 시간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낭만 가득한 추억의 시간여행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언제나 역으로 가면 마음이 설렌다. 그리고 기차를 타면 늘 행복하다. 더불어 아름다운 인생이다.

    천안에서 열린 지인의 결혼식의 시간이 행복한 추억의 기차여행이 되었다. 다음 달에도 부산에서 지인의 자녀 결혼식이 있다. 그때도 기차를 타고 갈 것이다.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새로운 추억을 담을 가슴이 또 쿵쿵거린다.

    윤재환(의령예술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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