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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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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포늪의 봄 - 김영근 (대한한의사협회 전국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 기사입력 : 2024-05-07 21: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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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 들에 봄이 기지개를 켠다. 봄이 터지기 시작한다. 산 능선 따라 여기저기서 폭죽처럼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겨우내 잠잠하던 모임이 붕붕거리며 손짓을 한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행동도 옮기게 된다.

    4월 중순, 창녕 우포늪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는 봄을 비비고 버무린다. 기분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나 날씨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달포 전 이미 정해진 날이라 ‘가야 해 가야 해 나는 가야 해~’ 읊조린다. 우산을 챙겨 들고 설렘으로 나선다. 봄 내음이 사근사근한 맛으로 씹힌다. 합승할 장소에 도착하여 승용차로 편승하여 목적지로 향한다.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로 흥얼거리며 빗속을 가른다. 비는 종류에 따라 언제 어디서 맞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봄비가 살결에 닿는 빗방울의 촉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감미롭다. 수정처럼 떨어지는 빗방울의 토닥거림도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파고든다. 그만큼 봉긋봉긋 부풀어 가슴이 뛴다.

    요즘 이름 있는 관광지는 어딜 가나 장사진을 이룬다. 경향 각지에서 상춘객이 모여든다. 길벗산악회 등 각종 동호회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종걸음친다. 새터를 찾아 표표히 떠난다. 따옥따옥 호호(護好)단이 우포늪 생명길 탐방을 도운다. 바람조차도 숨을 죽여 적막이 감돈다. 쿨럭쿨럭 뽀얀 먼지를 토해내던 자갈길도 세수를 하여 깔끔하다. 새가 우짖는 소리와 흐드러지게 핀 예쁜 꽃들, 깨어나는 초목들의 눈망울이 한데 어우러지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우포늪의 자연이 품어 안은 아늑함은 어머니 품과 같다.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지류 하천인 토평천 유역에 형성되어 있는 광활한 자연 습지가 우리에게는 보물 같은 존재다. 문명의 이기로 자연이 훼손되고 오염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생태계가 보존되고 있다는 것으로도 천행이다. 각종 야생동물과 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생태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경이롭다. 연못가의 억새와 수양버들, 들풀과 들꽃, 숲이 한데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습지에 자생하는 따오기, 어패류와 지천으로 깔린 다양한 생물들의 오묘한 조화다.

    시간과 공간 사이에 인간이 있다. 우포늪에서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적 구분을 잊게 한다. 자연에 대한 막연한 상식을 확연히 일깨워 준다. 허장성세로 우쭐대고 척하는 모양은 허구에 불과함을 계시한다. 생채기 주기를 밥 먹듯이 해왔던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한가를 깨닫게 해준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들풀이고, 들꽃이 되어 동화된다. 자신이 자연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하나의 그림물감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우친다. 자연에 대해, 삶에 대해 메타인지(meta 認知) 감성을 자극한다. 낙원의 경지인 별천지다.

    펼쳐진 늪지의 생태계를 묵상하는 동호인들은 감동의 점증 소구(漸增訴求)를 마음껏 즐김으로 정감을 더한다.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울림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진다. 자잘한 근심이나 욕망이 헤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삶에 지치고 허허로울 때 이곳에 오면 메말랐던 존재의 외로움과 시름도 벗어날 수 있다. 동동주 한잔으로 감흥을 일으키면 부러울 게 없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은 살포시 젖어든다. 인지부조화가 무색하다. 이래서 우포늪은 위대하다.

    김영근 (대한한의사협회 전국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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