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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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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두꺼비- 박성우

  • 기사입력 : 2024-05-09 0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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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살짝 만져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대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안 충혈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아버지는 이윽고 식구들에게 두꺼비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리셨다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 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 풍수지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탄식하는 말인데요, 이 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담담하게 회상하는 내용으로 우리에게 적잖은 감동을 줍니다.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청소년 고유의 말법 속에 담긴 화자의 언행과 시적대상인 아버지의 일상이 대비를 이루면서 자전거 바퀴처럼 굴러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전래 동요의 내용이 아버지가 묻힌 무덤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찡하게 전신을 휘감습니다. 쉬지 못하는 노년, 일터로 나가야 하는 이 시대 우리 아버지의 자화상도 그려지네요. 두꺼비 두 마리는 갖은 고생으로 우툴두툴해진 아버지의 양손을 비유한 것인데, 감쪽같이 감추어 놓았다가 시의 맨 마지막에 드러냄으로써 감동과 슬픔의 깊이를 더합니다. 파릇파릇 잔디 돋아 무성한 날이면 부모님 생각이 더 절실해집니다. 다시 읽어 보면, 지금 곁에 없어서 서러운 존재와 또 함께해서 고마운 존재가 떠오릅니다. ―최석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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