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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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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건축물 기행- 기억을 위한 공간] 그들이 숨쉬던 이곳에 그날의 역사가 숨쉰다

  • 기사입력 : 2024-05-09 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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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윤이상 기념관, 선생 생가 터에 위치
    목조 건물·음악당… 다난했던 삶 고스란히

    함안 칠원 손양원목사기념관, 3개 주제 공간
    애국·헌신·기독교 순교자 삶과 정신 기려

    고성 대가저수지 옆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숲과 두 개의 건물… 인권운동가 삶 담아


    시대를 거쳐간 훌륭한 인물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위인전 혹은 자서전을 통한 책의 형식이 될 수도 있고 다큐멘터리 등 영상의 형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건축공간으로서도 가능할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기억을 위한, 추모를 위한 공간이 기념관이다. 기념관은 훌륭한 인물이나 어떠한 뜻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하여 유물이나 유품, 또한 여러 가지 자료나 사진 등을 전시함으로써 특정 인물의 업적과 역사적 의의를 기록하고 전시하는 공간이다.

    소박한 박공 형태의 건물과 야외관람석으로 구성되어 있는 윤이상 기념관./송인욱 건축사/
    소박한 박공 형태의 건물과 야외관람석으로 구성되어 있는 윤이상 기념관./송인욱 건축사/

    “기억의 장소란 인류의 의지에 의해서 혹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공동체 전체에게 과거를 말해주는 상징이 된 유형 또는 무형의 실체이다”라고 피에르 노라는 정의한다. 기념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공동체 전체를 위한 기념유산으로서의 책임을 맡게 되었다. 즉 공동체 구성원에게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시금 이야기해주거나 기억을 되살려주어야 할 책임을 갖게 된 것이다. 기념관은 인물에 대한 이성적이며 보편적이고 완전한 역사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자료를 찾아 분류하고, 자료를 새롭게 조명하고, 진실한 역사를 생산하는 곳이다. 인간의 수명보다는 길다고 볼 수 있는 물질공간은 몇 세대를 이어서 기억을 보존한다.

    경남에는 훌륭한 인물이 많다. 그래서 훌륭한 건축가들이 그분들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소개하는 3개의 기념관은 인물이 직접 살았던 장소에 위치한다. 한 인물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해석하고 보여주는 이의 손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므로 이를 감상하는 묘미도 있다.

    윤이상 기념관.
    윤이상 기념관.

    ◇윤이상기념관- 이상의 집으로 가는 여행

    먼저 통영에 위치한 경상남도 초대 총괄건축가인 민현식 건축가가 설계한 윤이상기념관이다. 두 분은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통영은 윤이상 선생이 초기에 활동했던 장소이고 기념관은 표지석으로 존재하는 생가 터에 위치한다. 소박한 박공 형태의 건물과 야외관람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건물의 재료인 목재는 따스하게 다가오고 거칠고 진한 화강석은 선생의 다난했던 삶이 느껴진다.

    경사광장으로 조성된 야외공연장이 건물과 어우러져 있고 다양한 접근로를 통해 자유롭게 드나든다. 정성스럽게 가꿔진 야외공연장은 음악공연이 자주 펼쳐지고 조경과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생가에 면한 외부에는 선생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은 윤이상 선생에 대한 기억을 위한 매개체이기도 하고 음악으로 연결되는 공원이다. 초기에는 바다를 느낄 수 있도록 수공간으로 조성되었으나 현재는 잔디밭으로 바뀌면서 극적인 느낌이 다소 줄었다.

    넓은 계단을 따라 오르면 윤이상 선생을 소개하는 전시관으로 이어지고 박공 형태의 목조로 구성된 공간을 맞이한다. 전시 관람을 마치면 카페와 옥상의 전망대로 이어진다. 기념관의 한편에 자리 잡은 음악당은 윤이상 선생이 과거 속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현재로 이어지게 한다. 한때 사상으로 인한 논란으로 도천테마파크로 명명되었으나 최근에 이름을 찾게 되었다는 말을 해설사를 통해 들었다. 입구에 적힌 “이 집에 윤이상 선생이 살고 있다”는 말이 아프게 느껴진다. 전시관의 뒤편에 있는 베를린 하우스는 베를린에서 살던 모습을 재현하고 1층에는 음악감상실과 북카페가 있어 선생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2전시공간이 3개의 매스로 나뉘어져 있는 손양원목사기념관./송인욱 건축사/
    2전시공간이 3개의 매스로 나뉘어져 있는 손양원목사기념관./송인욱 건축사/

    ◇손양원목사기념관- 산책하는 전시공간

    함안 칠원에 있는 이은석 건축가가 설계한 산돌 손양원목사 기념관이다. 생가 터와 흙벽으로 된 묵상공간을 보면서 공원을 산책한다. 바닥에 깔려진 수공간을 바라보면서 원통형 실린더 공간 사이의 좁고 긴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전시관으로 진입한다. 전시공간은 3개의 매스로 나뉘어 나라사랑, 인간사랑, 하늘사랑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전시공간 사이의 완충공간을 통해 외부를 바라본다.

    함안 칠원 손양원목사기념관.
    함안 칠원 손양원목사기념관.

    개별 전시공간은 건축공간과 어우러져 극적인 느낌을 더한다. 첫 번째 전시실(화이트룸)은 손양원 지사의 숭고한 애국지사로서의 삶과 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표현하였고 두 번째 전시실(스톤룸)은 손양원 지사가 오랫동안 한센인을 돌보며 헌신했던 삶을 기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데 한센인들의 거칠고 힘들었던 삶을 연상시키기 위해 거친 돌의 질감을 사용했다. 세 번째 전시실(레드룸)은 기독교 순교자로서의 손양원 지사의 종교적 삶을 외벽의 붉은 색으로 표현하였다. 전시를 보고 1층으로 내려가면 갤러리와 수공간과 연결된 카페로 이어진다.

    작은 숲과 두 개로 나눠진 건물, 기도공간이 있는 제정구 커뮤니티센터./송인욱 건축사/
    작은 숲과 두 개로 나눠진 건물, 기도공간이 있는 제정구 커뮤니티센터./송인욱 건축사/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가짐 없는 큰 자유를 위한 작은 숲

    고성 대가저수지 옆에 제정구 선생이 탄생한 곳에 위치하며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했다.

    백합나무가 감싼 작은 숲과 두 개로 나눠진 건물, 기도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건물의 곳곳에 제정구 선생의 동상이 놓여 있다. 입구에 위치한 묵상을 위한 탑은 하늘로 열린 수직의 공간이다. 환대하는 선생의 모습을 띤 동상을 보면서 들어서면 좌측공간은 교육실과 강당으로 이뤄져 있고 우측은 선생을 기억하는 전시실과 북카페로 구성된 단순한 공간이다. 대가저수지를 바라보는 마당에 저수지를 바라보는 선생의 모습을 담았다.

    도시빈민을 위한 인권운동가인 선생의 삶을 기억하는 장소답게 대가저수지로 열린 단순한 2개의 박공 지붕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부공간은 정갈하고 심플하다. 창은 주변과 반응하도록 낮게 구성되기도 하고 수평으로 길게 찢어져 숲을 바라본다. 건물의 재료는 내후성 강판으로 건물을 더욱 단순하게 만들고 가짐 없는 큰 자유를 실천하였던 선생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고성 대가저수지 옆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고성 대가저수지 옆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내부공간은 노출콘크리트와 금속재로만 구성되어 소리가 울려 판자집에서의 빈민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근현대사에 대한 상처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도 혹은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기념관은 특정한 관점에서 선별된 인위적인 기억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역할로 인한 한계가 있으며 기억은 통제되고 도구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존중하고, 근본적으로 방문객을 존중하고 방문객의 지적능력과 시민의식을 존중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판단은 개별적인 사항으로 남겨두어도 될 만큼의 성숙한 사회에 이르렀다.


    (건축사사무소 사람인 송인욱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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