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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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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받침의 힘- 장진화

  • 기사입력 : 2024-05-16 08:07:50
  •   

  • 구름이

    구르였다면

    하늘에

    몽글몽글 뭉쳐 있지 않을 거야


    시냇물이

    시냇묵이었다면

    돌부리에 걸려

    졸졸 흐르지 못하겠지


    그릇이

    그르였다면

    주르르 흘러버려

    담을 수 없었을 거야


    마음이

    마으였다면

    너를 향한 내 생각

    네모난 방에

    몰래 숨겨두지 못했을 거야


    ☞ 구름, 시냇물, 그릇, 마음. 시어의 음운을 자세히 보면 글자의 모양에도 깊은 뜻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구름’이라 해야 흰 구름이 푸른 하늘 속에 예쁘게 뭉쳐 있는 모양이 떠오르고, ‘구르’는 구름이 어디론가로 흩어져 버리는 느낌이다. ‘시냇물’은 돌 틈 사이로 졸졸 흐르는 맑은 물이 보이는 듯하지만, ‘시냇묵’이 되면 물이 묵처럼 굳어버리는 듯하다. ‘그릇’은 받침 덕분에 음식의 맛과 모습을 유지하지만, ‘그르’가 되면 음식을 쏟아버릴 것만 같다.

    ‘마음’은 글자의 모양이 참하기도 하다.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네모난 방에 담아두었다가, 둘이 만날 때는 동그랗게 하나가 된다. ‘마음’이라고 발음하는 순간 내 마음이 너의 마음에 닿아 맑은 소리를 낸다.

    음운 하나하나가 시각과 청각의 이미지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글자의 모양이 자연의 이치를 담고 그 뜻은 사물의 성질을 품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한글인가! 참 귀여운 동시이다. -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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