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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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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꽃다지와 씀바귀- 양해광(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

  • 기사입력 : 2024-05-19 1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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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가 다르게 새싹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봄날이다.

    개나리, 진달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고 지고 벚꽃, 복사꽃도 피었다 졌지만 산천에는 볼거리가 너무나 많은 봄꽃들이 아직은 한창이다.

    저마다의 다른 맛과 향이 입맛을 돋워 주는, 이름도 예쁜 봄나물도 풍성한 요즘이다.

    쑥, 달래, 냉이, 꽃다지,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보리뱅이, 조뱅이, 솜방망이, 제비꽃, 돈나물, 별꽃, 벼룩이자리, 광대나물, 조개나물, 꽃마리, 괭이밥 등 이루 다 셀 수도 없는 봄 새싹들은 거의 다 봄나물로 훌륭하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른 봄부터 마을 앞뒤 논밭 언덕에 한 폭의 수채화 주인공처럼 봄나물 캐는 소박한 사람들이 옹기종기했다.

    아스라한 보릿고개 시절이었던 1950년대 초등학교 4학년 음악 교과서에는 ‘봄맞이 가자’라는 동요가 실려 있었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나물 캐러 바구니 옆에 끼고서/달래 냉이 꽃다지(씀바귀) 모두 캐 보자/종다리도 봄이라 노래하잔다’

    아동문학가인 고 김태오 작사, 고 박태현 작곡의 이 동요는 대표적인 봄 노래로 학생들에게 널리 애창되어 왔다.

    특히 냉이와 꽃다지는 십자화과 식물로서 입춘 우수가 지난 이른 봄부터 싹이 터 봄나물로 밥상에 오르는 것인데, 1960년대 이후에 발행된 교과서에는 꽃다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국화과에 속하는 씀바귀가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씀바귀는 친숙하게 알아도 꽃다지는 낯설어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그 연유가 궁금하다 못해 당시의 음악 교과서들을 찾아 확인한 결과 1950년대의 교과서에는 분명코 ‘꽃다지’로 쓰여 있어 주변의 내로라하는 국어학자들에게 물어도 도무지 명쾌히 아는 이가 없었다.

    교과서 관련 당국인 교육부에 물어도 바뀐 사실조차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냉이와 꽃다지는 같은 십자화과 식물로 잎과 자태는 약간 달라도 잔잔한 꽃 모습이 같고 꽃 색깔은 희고 노란 것으로 둘 다 2월 하순∼3월 초순이면 새싹이 움터 자란다.

    이에 비해 씀바귀는 한 달가량 늦은 3월 하순∼4월 초순에 새싹이 움트는 것인데 달래, 냉이와 같은 시기에 움트는 것으로 한 것은 명백한 오류가 아닐까 싶다.

    옛날과 달리 자연과 멀어져 살아가는 오늘날, 그러잖아도 눈길이 잘 닿지를 않아 하찮은 들꽃으로 치부되는 봄나물들을 오기된 내용으로 내리내리 잘못 배우게 한 것은 이 시대 모든 이들의 자연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머잖은 장래에 ‘꽃다지’로 배웠던 노장년층 세대들이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엄연히 자연의 순서에 맞지 않는 ‘씀바귀’가 영원히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봐 자못 걱정스러운 것은 필자만의 부질없는 생각인지도 모를 일이다.

    양해광(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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