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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경험소비의 활성화, 그 가운데 로컬-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5-20 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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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인들에게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시점은 아마도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일 것이다. TV, 신문, 라디오와 같은 올드 미디어의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콘텐츠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기존 미디어의 ‘편성이나 배급’ 시스템은 그 중요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대신 미디어 채널 수의 증가와 플랫폼 산업의 발달로 ‘유통되고 확산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에 접속하기만 하면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동시에 TV 시청률의 의미도 크게 변화했다. 예를 들어 90년대까지 성공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60%대(KBS2 주말 연속극 ‘첫사랑’은 최고시청률 65.8%를 기록했다)에 육박할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20%대로 떨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소수의 미디어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 확산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콘텐츠’는 옛말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직접 경험이 희소해지기 시작하면서 경험소비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험소비란 어떤 것을 소비할 때 단순 사용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감각이나 경험’에 더 중점을 두는 소비행태를 의미한다. 소비를 통한 감정을 거래하는 콘텐츠가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소비는 뮤지컬이나 라이브 공연과 같은 실시간성을 소구하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단기간 여행 상품이나 팝업스토어의 일회적 방문, 갤러리 투어 등 실제로 할 수 있는 경험 및 지식의 축적에 더 많은 비중과 가치를 두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혹자들은 이러한 경험소비가 금전적인 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행복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로 인한 미디어가 매개된 간접경험과 실제로 보고 대면하는 방식의 직접경험에 대한 경계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명확해지기 시작하면서, 이용자들로 하여금 직접 경험에 대한 열망과 결핍을 더욱 부추기는 행태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로컬은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공연, 예술 등의 직접 경험 콘텐츠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소비의 가치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경우, 콘텐츠 이용자들의 접근성에 차등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접근성과 로컬에 있는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직접 경험의 정도는 아주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태어난 곳이 다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차별일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다. 무엇보다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문화자본의 축적이나 위계에서 차별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계층을 생산할 수 있기에 이는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컬은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에서 지역사회의 경험소비재를 생산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하나는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험소비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서울도 아니고 수도권도 아닌,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문화를 꾸준히 발굴하여 이것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로컬에 부족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경험을 꾸준히 유치하고, 지역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축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구체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자라난 청년들이 지역차별이라는 구조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문화예술에 대한 직접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역, 그리고 중앙정부가 충분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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