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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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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노래는 마음을 치유하는 활성에너지-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4-05-22 19: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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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하순, 막바지의 봄에 온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왠지 모르게 봄과는 안녕을 고해야만 될 것 같다. 점점 따글따글한 햇빛이 아스팔트의 열기를 더하며 여름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한 계절이 가고 또 한 계절을 받아들이는 것은 성장의 길이다. ‘성장’은 희망적인 말이다. ‘희망’은 모든 고통(스트레스)과 절망(우울)을 뛰어넘은 환한 빛이라 할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고통과 절망의 순간을 어떤 방법으로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가. 제각각 극복하는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면,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으로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극복하고,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요리에 흥미를 붙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 독서량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러 명소를 찾아 즐기고, 영화감상이 취미인 사람은 영화관을 자주 찾는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양한 장르의 노래나 음악을 감상하기도 하고, 즐겨 부르기도 하며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들이 깊은 수렁에서 허덕이는 육체와 정신을 밝은 곳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한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 한 사람은, 매우 우울한 성장기를 보냈다고 했다. 일찍 찾아온 가족의 부재로 인한 ‘고통과 절망’이라는 어둠이 늘 마음 한편에 짙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거나 계절적으로 기후 변화가 있을 땐,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곤 했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거뜬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노래가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 독서와 운동은 물론 영화감상이나 여행 등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그냥 비 내리는 날은 비를 맞는 것을 좋아했고,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노래는 고달픈 삶의 버팀목이자 희망이었다고 한다. 노래하는 동안은 혼자였어도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고 짧은 행복을 위해 자주 노래방을 찾곤 했다. 음정과 박자를 무시하고 잔뜩 멋을 부리며 부르는 스타일이지만, 한 두어 시간을 핏대까지 세워 부르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했다. 노래방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견뎠냐는 필자의 질문에, 산이나 들이나 강가에 나가 눈물 대신 노래를 흠씬 쏟아내곤 했단다.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쏟아내고 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필자 또한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은 ‘노래’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노래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한과 흥이 많은 민족이다 보니, 노래가 일상에서 깊이 뿌리내린 것이다. 오디션 및 음악 프로그램만 해도 ‘싱어게인’, ‘팬텀싱어’, ‘히든싱어’, ‘복면가왕’, ‘미스·미스터트롯’, ‘현역가왕’ 등 여러 채널에서 성악, 발라드, 록,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출연자 모두가 노래를 통해 대중에게 풀어내는 그들만의 대화 방법이다. 잔잔한 대화로서는 풀어낼 수 없는 것들은 압축해서 거대한 폭발력을 키우기도 한다. 노래는 새로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발산하여 대중의 막힌 속을 뚫어준다. 우리는 이것을 희열이라 한다. 희열로 뚫린 마음은 다시 피돌기를 시작하여 맑은 정신세계를 열어 준다.

    감동적인 노래는 새로운 창작을 만들어 내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필자의 졸작 ‘팬텀싱어’라는 작품 역시 남성 성악 4인조의 웅장한 노래에 감동하여 쓴 작품이다. 창작 노트에는 “삽시간에 불덩이가 들어왔다. 웅장한 화산과 잔잔한 물결의 목소리가 유령처럼 와서 관중을 삼키고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냥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직 여운과 전율의 힘이다. 시를 쓰는 나도 그렇다고 주문을 왼다. 미세한 응축의 문장으로 당신에게 건너가면서 나무의 값을 해야겠다. 오늘은 푸르름으로 태어나 단풍으로 활활 타올라서 장렬하게 죽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저들처럼 내일도, 모레도, 변함없이 뜨거운 오늘이 되기를 기도하며….”라고 쓰여 있다. 이처럼 심장으로 전해지는 노래는 거대한 활성에너지로서 가히 명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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