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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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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예술적 사유와 삶- 백남오(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24-05-23 1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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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용은 이제 필수품이다. 멀리 여행을 할 때는 물론 짧은 거리를 이동할 경우도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한다. 자가용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그것에 예속되어 본말이 전도가 될 때가 있다. 특별히 산행을 할 경우에 그런 갈등을 겪게 된다.

    가령,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4시간 전후 치열하게 땀 흘린 후 천왕봉에 서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남한반도 최고봉이다. 신령스럽고 장엄한 풍경은 경이롭고 찬란하다. 세상이 발밑에서 조아리며 한없는 승리감에 하늘이라도 솟아오를 만큼 마음은 부푼다. 순간일지라도 인간적인 집착보다는 무욕의 평화로움을 느끼게 된다.

    정상은 오래 머물 수가 없다.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하산 길이 수없이도 많이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장터목 지나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 치밭목을 거쳐 대원사로 가는 길, 칠선계곡으로 빠지는 길은 바로 앞에서 싱긋 유혹한다. 아니, 저기 저 하늘 끝까지라도 너울너울 달려가고 싶다. 꿈속 같은 선경이 다투어 손을 내밀며 환영한다. 새로운 길에 대한 설렘과 욕망은 죽음을 부를 만큼 매혹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게 된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타고 온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차량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반대 방향인 백무동 쪽으로 하산을 한다면 800리 길을 돌아야 한다. 그러니 엄두조차 내지를 못한다. 미지의 산길을 걸으며 지리산의 새로운 속살에도 취해보고 야생미 넘치는 풀꽃들과 대화라도 하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차량 회수에 예속되지는 않는다. 나는 자동차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간 기억이 별로 없다. 마음 끌리는 길로 자유롭게 내려갔을 뿐이다. 그럴 때마다 글 한 편씩 얻은 걸 생각하면 문학작품이란 그 정도의 번거로움 없이 그냥 태어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예술적 사유란 어쩌면 그런 본질을 향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백남오(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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