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0일 (목)
전체메뉴

고적한 시어로 세상을 고발하다

서일옥 시조시인 여섯 번째 시조집 ‘크루아상…’ 출간
입양아 사망·생활고에 시달리는 참전용사 등 소재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질문·고발 등 서정시에 담아

  • 기사입력 : 2024-05-28 08:12:22
  •   
  • 서일옥(사진) 시조시인의 여섯 번째 시조집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이 작가기획시선으로 나왔다.

    그의 글에는 늘 세상을 향한 질문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부조리에, 또는 어두운 현실과 그에 따르는 불안에 내던지는 끝없는 질문들.


    ‘주전자엔 100℃의 물이 끓고 있고/ 나는 미열을 앓고/ 밖에는 눈이 내린다/ 말 못 할 두려움 같은/ 눈이 계속 내린다// 불안은 바이러스처럼 거리를 돌아다니고/ 내일을 알 수 없는/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세계는 어둠을 걸치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 ‘분위기’

    지난 2020년부터 오랜 시간 세계인을 괴롭혔던 코로나19가 만든 팬데믹 시대, 죽음의 공포로 말미암은 도시의 미래를 묻는다. 그의 질문은 오래됐다. 지난날 그는 ‘길 떠날 노자도 없이 유기된(니나)’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노래했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천형의 도장(정신대 그 이야기)에선 역사적 진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이힐’에서는 하이힐과 아이라인, 립스틱과 같은 여성 친화적 소재를 통해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서일옥 시조시인
    서일옥 시조시인

    서일옥 시조시인이 던지는 질문은 곧 고발이다.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현실을 향한 경고다. ‘젓갈과 참치 캔’에서는 나라를 지킨 80대 참전용사가 8300원이 없어 반찬을 훔치는 현실을, ‘별에게’를 통해선 안타깝고 슬프게도 입양자의 방임과 학대로 귀한 생명을 희생당해야 했던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죽음을 고발한다.

    비교적 직설적인 시인이지만 서정시 자체가 고적한 탓에 분노를 찾아 읽는 것은 독자의 몫. 무심히 읽는다면 그저 아름다울 것이고, 세심하게 읽는다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질 것이다.

    해설을 맡은 이우걸 시조시인은 “모든 질문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세상을 긍정하고 발전을 희망하고 보다 나은 세계를 열망하는 진심이 감지될 때 질문은 빛을 발한다”며 “서일옥은 이런 가치관 하에 작품을 쓴다”고 했다.

    199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서 시인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당신의 역할을 고민한다. ‘이제 깃털처럼 가벼운 언어를 타고 어디론가 한없이 떠돌고 싶다’는 그는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내 시조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시조와 얼마나 가까워진 것일까” 하고.

    김현미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현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